어느 열혈경관의 죽음

  • 입력 2008년 7월 28일 02시 58분


차량 절도범을 검거하면서 입은 부상으로 병원 치료와 함께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했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7일 인천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8분 영흥파출소 안에서 혼자 근무 중이던 박모(45) 경사가 의자에 앉은 채 38구경 권총에 맞아 숨져 있는 것을 동료 경찰관이 발견했다.

동료 경찰관은 “112 순찰 도중 파출소에 들어와 보니 박 경사가 의자에 반듯이 앉아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으며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경사가 평소 앓아 온 지병이 최근 악화되면서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박 경사는 중부경찰서 도원파출소에 근무하던 2002년 8월 차량 절도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차에 끼인 채 500m 정도를 끌려가다 떨어져 뇌진탕 증세로 최근까지 경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박 경사는 의협심이 강해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는 등 동료 사이에 신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년 전에도 이웃집에 침입한 강도를 검거하면서 큰 부상을 입었다.

2006년 1월 비번일에 인천 남구 숭의동에 있는 2층 셋방에서 잠을 자던 박 경사는 1층 집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달아나는 강도에게 오른쪽 허벅지 등을 찔리면서도 끝까지 쫓아가 격투 끝에 붙잡기도 했다.

병원 치료를 마친 그는 같은 해 3월 17일부터 영흥파출소를 자원해 근무해 왔으며 부인과 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두고 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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