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밤 시위대 1500명 도로 점거… 42명 연행
시위대의 불법 도로점거 및 가두행진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의 충돌이 재발했다.
26일 오후 7시경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을 주제로 집회를 열었다.
‘0교시·우열반 반대’ 등을 세부 주제로 삼은 이날 집회에 이어 벌어진 시위에는 청소년을 비롯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당원, 안티MB와 아고라 누리꾼, 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 다함께 회원 등 총 15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다.
경찰의 원천 봉쇄에도 불구하고 시위대는 오후 9시경부터 청계광장에서 나와 도로를 점거한 채 종로1가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했다.
불법 가두행진을 하며 시위대는 “미친교육 물러가라” “한나라당 해체” “정권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시위대가 도로점거와 가두행진을 계속하자 오후 11시 20분경부터 전·의경들을 투입해 해산에 나섰다.
경찰은 오후 11시 35분경 인도까지 밀고 들어가 강제 진압 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차도와 인도의 경계선에서 전·의경과 시위대 간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격렬하게 저항하는 시위대에게 소화기를 분사했다. 시위대 역시 대열에서 떨어져 고립된 전·의경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둘렀다.
이날 시위에선 조선일보 주모 사진기자와 서울지방경찰청 홍보과 소속 임모 경위가 각각 시위대에 둘러싸여 억류되기도 했다.
오후 8시 20분경 150여 명의 시위대에게 억류된 주 기자는 시가 180만 원 상당의 카메라 렌즈를 뺏겼고 약 1시간 뒤 메모리 카드를 내준 뒤에야 풀려났다. 주 기자는 시위대에게 얼굴을 맞아 안경이 부러지기도 했다.
임 경위는 오후 9시 반경 시위대에게 억류돼 멱살을 잡히고 얼굴과 뒤통수 등을 맞았다. 그는 경찰 신분을 밝히며 “시위대와 기자 간의 충돌을 막으러 왔다”고 말했지만 “채증하러 나왔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시위대에게 약 30분간 억류됐다 풀려났다.
27일 오전 8시경까지 계속된 이날 시위에서 경찰은 총 42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 중 청소년 4명을 훈방했고 38명은 서울 시내 6개 경찰서에 분산해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처음 무단 도로점거가 발생한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경찰에 연행된 시위대는 1068명으로 늘어났다. 이 중 13명이 구속됐고 910명은 불구속됐다. 또 경찰은 이날 시위로 전·의경 22명이 부상했고 전경버스 1대가 부서졌으며 무전기 14개를 도난당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 여당은 각종 불법 폭력 시위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의 권위가 심각하게 실추됐다고 보고 ‘공권력 바로 세우기’에 나서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정동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들에게 “불법 폭력 시위에 엄중한 법 집행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가 뭐냐”며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 필요 이상의 정치적 판단을 배제하고 관련법에 따라 공권력을 집행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불법 시위에 따른 기물 파손과 경찰관 부상 등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