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사법부 역사상 처음으로 마련될 양형기준은 살인 등 8개 범죄별로 유형을 나누고 각각의 유형에 대해 세분화된 형량 범위를 제시한 뒤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양형인자)들을 질적으로 가늠해 형량에 반영하는 방식이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는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2차 임시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양형기준 초안을 의결했다.
예를 들면 살인죄의 경우 ‘우발적 살인’과 ‘보통 살인’, ‘계획적 살인’으로 나누고 각각의 살인 유형에 대한 형량 범위를 제시한 뒤 피고인의 여러 가지 양형인자를 고려해 형을 무겁게 하거나 가볍게 하는 형태가 된다.
또한 우발적 살인에 대해 3∼5년(감경), 4∼6년(기본), 5∼7년(가중) 등으로 형량 범위를 나눈 다음 과잉방위였다거나 피해자 쪽이 피고인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더 가벼운 형량(감경)을, 같은 범죄를 또 저질렀을 경우에는 더 무거운 형(가중)을 택하는 식이 된다.
판사는 각각의 형량 범위(2∼3년) 안에서 최종적으로 세부적인 양형을 결정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날 “앞으로 양형인자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양형기준의 기본 틀은 법원 측이 제시한 초안을 바탕으로 만들되 세부적인 연구 과정에서 검찰 쪽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8일 9차 회의 때 이미 살인, 성범죄, 강도, 뇌물, 위증, 무고, 횡령, 배임 등 8개 범죄를 양형기준을 설정할 대상 범죄로 결정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살인 등 8개 범죄를 기준으로 한 양형기준이 마련되지만 앞으로의 논의 결과에 따라 범죄별로 추가적인 양형기준(살인의 경우 영아살해의 양형기준을 따로 두는 식)이 마련될 수 있다. 또 범죄별로 미수범과 경합범 집행유예에 대한 세부 기준이 마련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위원회는 대상 범죄 전체에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양형기준 대신 범죄 각각에 대한 개별적인 양형기준을 채택했다. 위원회 10차 회의는 다음 달 26일 열린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