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0시 서울 종로구 종로2가 보신각 부근. 경찰관이 촛불시위대에 억류됐다는 소식을 듣고 구출에 나섰던 서울경찰청 1기동대 2중대 대원 80여 명은 순식간에 몰려든 수백 명의 시위대에게 포위됐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주먹과 발길질을 방패 하나로 막아내던 최모(21) 일경의 눈에 동료 조모(21) 일경이 시위대에 끌려 나가는 모습이 들어왔다. 최 일경은 ‘저대로 끌려가면 큰일 나는데’라는 생각에 조 일경을 정신없이 붙잡았고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시위대에 억류됐다.
최 일경과 조 일경을 기다린 것은 ‘지옥’이었다. 시위대는 두 의경의 팔, 다리를 잡고 헬멧과 두꺼운 진압복 상의를 강제로 벗겼다. 티셔츠와 내의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찢겨나갔다. 시위대는 두 사람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신발과 양말까지 빼앗았다.
30여 분 동안 차도 한가운데서 정신없이 얻어맞던 최 일경은 시위대의 매질을 피해 머리를 숙이다 돌을 든 시위대의 주먹에 안경을 쓴 눈을 정통으로 맞았다. 눈 주위가 찢어져 얼굴이 피범벅이 된 최 일경을 누군가가 근처 의료 자원봉사자에게 데려갔다.
응급처치를 받는 동안에도 시위대는 최 일경에 대한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일부 시위대는 최 일경을 끌어안으며 “때리지 말라”고 소리치는 여성 자원봉사자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인근 상가 골목으로 끌려간 조 일경은 안경을 잃어버려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10여 분 동안 인민재판을 당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바지까지 벗겨서 무릎을 꿇리자”고 주장했고 누군가는 “연행자와 맞바꾸자”고도 했다. 시위대는 주변에서 몇몇 시민이 “의경이 뭘 잘못했다고 때리느냐”고 항의하자 “너희가 뭔데 말리느냐. 저리 꺼져라”고 윽박질렀다.
최 일경과 조 일경은 억류 1시간 만인 오전 1시경에야 일부 온건한 시위대의 도움으로 간신히 풀려났다. 최 일경은 중구 저동 백병원, 조 일경은 송파구 장지동 경찰병원으로 각각 후송돼 치료를 받은 뒤 부대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최 일경은 눈꺼풀을 7바늘이나 꿰맸고 의사로부터 “실명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 일경도 등과 목 주위의 수십 곳에 상처를 입었다.
최 일경은 28일 오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한 일이라곤 불법시위를 막은 것뿐인데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옷까지 벗기는데 황당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조 일경은 “맞는 동안 내내 이들이 원하는 것이 뭔가 생각해봤지만 여전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시위현장 채증자료를 분석해 두 의경을 억류 및 구타한 시위대의 신원을 파악해 관련자 전원을 사법 처리하기로 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도로 점거 불법시위 막으려다
경찰 수백명 다치는 나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