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가 2004년부터 진행한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에 참여한 12개 대학 중 한양대 안산캠퍼스와 한국산업기술대, 호서대는 대학과 기업 간의 교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학은 기업에 첨단 기술을, 기업은 대학에 현장 친화적인 교육법과 실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
한양대… 교내에 60여개 벤처기업 유치 ‘현장 실습’
산업기술대… 교수 1명이 中企 20곳 밀착관리해 기술이전
호서대… 기업수요 맞춰 반도체공학 등 3학기제 운영
“학교로 불어오는 바람의 냄새만 맡아도 경기를 체감할 수 있어요. 화학약품 냄새가 진하게 날 때는 경기가 좋아 공장이 잘 돌아간다는 얘기죠. 요즘은 외환위기 시절만큼이나 냄새가 안 나 공기는 좋아졌지만 걱정입니다.”
국내 최대 중소기업 밀집지역인 경기 안산시 시화산업단지 안에 자리 잡은 한국산업기술대의 교직원들은 ‘산학협력이 생활화된 대학’이라고 학교를 소개한다.
학교 주변 공장들이 뿜어내는 연기와 각종 약품 냄새, 학교 주변 순환로를 달리는 트럭의 수만으로도 경제 상황을 감지할 수 있어 기업의 생사고락을 체감한다는 것.
한양대 안산캠퍼스는 2003년 교내에 유치한 40만 m² 규모의 경기 테크노파크를 통해 60여 개의 벤처기업과 소규모 부설 공장들을 품고 있다.
주변에는 공학관과 최첨단 공용장비센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전기연구원 등이 한데 어우러져 기업들과 쉴 새 없이 기술과 인력을 교환한다.
▽서로 배우는 대학과 기업=한양대 안산캠퍼스에 있는 ㈜HT는 소규모 벤처기업의 공통된 고민인 기술력 부족을 산학협력으로 극복하고 창업 5년 만에 2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
치과 교정용 재료인 브라켓을 만드는 이 회사의 최정수(46) 대표이사와 연구원들은 기능성이 뛰어난 틀을 만드는 데는 최고였다.
하지만 사람마다 제각각인 치아 색과 비슷한 재질을 개발하는 난관에 부닥쳤다.
이때 이선영 한양대 재료공학과 교수가 도움을 줬다. 미량의 색소 조절로 다양한 색감의 재질을 만들어 준 것이다.
최 대표는 “신소재나 첨단 기술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전공의 연구원을 두루 확보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학이 가진 최첨단 기술과 연구력을 중소기업이 빌릴 수 있는 산학협력 시스템은 엄청난 지원군”이라고 말했다.
대학도 기업에 기술을 전수하는 과정에서 실증적인 연구를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교수들이 산학협력을 통해 생생한 논문을 쓸 수 있는 것과 학생들이 유관 기업에 실습을 나가 살아 있는 현장을 배울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효과다.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서진클러치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한국산업기술대 기계설계공학과 3학년 이미경(23·여) 씨는 “학교에서 배운 설계 이론을 현장에서 직접 기계를 다루며 적용해 보니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산학의 동거(同居), 가족회사=한국산업기술대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산업단지 내에 있다는 특성을 살려 시화 반월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중 1100여 곳과 가족회사 협약을 맺어 일심동체로 움직인다.
교수 한 명이 평균 20여 개의 기업을 밀착 관리하며 기술을 이전하고 특허 개발 등을 돕는 가족회사 제도는 이 대학 고유의 ‘엔지니어링 하우스’를 만드는 바탕이 됐다.
연구시설과 기숙사를 섞어 24시간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든 18층 규모의 엔지니어링 하우스(기술혁신파크)의 특징은 40여 개 회사 직원은 물론 기업의 업종과 관련된 이 대학 교수, 연구원,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함께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대학의 첨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학생들은 기술과 함께 기업 운영까지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어 벤처 창업의 꿈도 키우게 된다.
호서대는 교육 과정과 학과를 인근 기업의 수요에 맞춰 현장 친화적으로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업 요구형 계약형 학과제’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개발해 반도체공학, 디지털공학, 디스플레이공학, 반도체ATE공학 등 4개 분야를 맞춤형 3학기제로 운영한 것이다.
기업체 직원들의 요구 사항을 수렴해 실무교육, 현장실습, 영어회화, 해외 인턴십 등 현장에 필요한 교육에 집중함으로써 공학 교육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성과를 거뒀다.
호서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산학협력이 대학의 연구개발 중심으로 이뤄져 기업들이 참여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점차 대학이 기업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기업의 수요에 맞춘 교육을 개발하면서 산학이 윈윈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산학협력 사업단장’이 말하는 “우리 학교 장점은…”
▼한양대 김우승 교수▼
캠퍼스 터 25% 기업체에 무상 임대
캠퍼스 터 4분의 1을 국가출연 연구기관 및 기업체에 장기 무상 임대하고, 2003년에는 경기 테크노파크가 입주해 완벽한 산학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수도권의 산업체, 대학, 연구소, 정부기관이 한자리에 모이는 산학협력협의회를 만들고, 회장단을 산업계 인사로 구성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고 현장의 의견을 전달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기술대 양해정 교수▼
정부 사업평가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
2004년 산학협력 중심대학으로 선정된 이후 지역 산업단지에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업 성과에 따라 책정되는 정부 지원 사업비가 매년 평균 10%씩 늘어나고, 정부의 사업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특히 우리 대학이 창안하고 발전시킨 가족회사 제도, 산업체 현장 프로젝트 실습, 엔지니어링 하우스 제도 등 독특한 프로그램들은 중소기업 위주의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데 유용한 모델로 다른 대학에 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호서대 정차근 교수▼
전문가 참여 산학동아리 운영 창업 도와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산학협력의 핵심은 기업과 대학이 지속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파악해 나가는 것이다.
대학이 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전공이나 특정 분야를 선정해 교과과정 및 운영방법을 결정하는 ‘기업 요구형 계약형 학과제’를 통해 공학교육 체제를 혁신하고 있다.
기업 소속 전문가가 지도 교수로 참여하는 산학동아리를 운영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창업에 눈뜨게 하는 과정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