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육감 투표율 부진…최종 15.4%

  • 입력 2008년 7월 30일 19시 03분


시간은 가는데…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실시된 3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이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시간은 가는데…
서울시 교육감 선거가 실시된 30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이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율이 서울지역 역대 선거 사상 최저인 15.4%에 그친 데에는 시민들이 교육감 선거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책 대결은 뒷전으로 밀린 채 불법 선거와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는 정치판 선거로 유권자의 외면을 자초한 것이 더 큰 이유라는 지적이 많다.

▽최악의 투표율=투표 하루 전인 29일만 해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25~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인지도가 높았고 다른 시도의 교육감 선거에 비해 언론도 많이 보도해 막판에 투표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는데…."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조한 투표율은 직선제로 선출된 교육감의 대표성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민 10명 중 2명도 투표하지 않은 선거에서 과반수 표를 얻어 당선된다 해도 결국 서울시민 10명 중 한 명의 지지도 받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권자의 외면을 받는 선거에 3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벌써부터 교육감 직선제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계가 외면 자초=교육감 직선제가 아직 생소하다는 점과 휴가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투표율이 바닥을 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후보자들이 자초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후보들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낼 공약을 만들고 알리는 것보다는 식상한 이념 대결과 상대방 흠집 내기에 급급해 가뜩이나 정치 염증에 시달리는 시민들이 등을 돌리게 했다는 것이다.

김인만 서울시 선관위 홍보과장은 "후보자들이 비방에 열을 올리면서 정책은 사라지고 과열 현상만 남았다"면서 "교육감 선거가 기존 정치 선거를 답습하면서 유권자들이 누가 되도 상관없다는 냉소를 보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육감의 권한이나 역할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유권자들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안중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후보들도 교육감으로써 할 일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언론도 이번 선거를 현 교육감 대 전교조 대표의 대결로 초점을 맞추었다"면서 "교육감이 어떤 영향력이 있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 시민들이 제대로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선거일이 휴가철 평일에 실시됐다는 점도 투표율 저조의 원인으로 꼽혔다.

한 선거 컨설턴트는 "지난해 대선부터 4월 총선, 6월 재보궐 선거가 줄줄이 이어져 선거 피로감이 컸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변수 따라 투표율 달라=최악의 투표율 속에서도 사교육이 성행하는 강남 지역의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높았다.

서초구가 19.6%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가 19.1%로 뒤를 이었다. 학원이 밀집한 노원구는 17.1%로 종로구(18.1%)에 이어 4번째로 투표율이 높았다.

반면 사교육 열기가 비교적 낮은 강북구와 금천구(각 13.2%), 은평구(13.5%)는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평소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교육감 선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일수록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교육 환경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황규인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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