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육감 선거는 선거 초반부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진보단체들과 보수 성향 교육단체들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정치색을 띠기 시작했다.
여기에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현행 지방선거법에 규정된 정치적 중립은 무용지물이 되버린채 보수와 진보의 대리전이 되버렸다.
한나라당, 한국노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보수 성향 교육단체는 공정택 후보의 지지를 숨기지 않았고 민주당, 민주노총, 전교조, 진보 성향 교육단체도 주경복 후보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제는 정책 선거는 뒷전으로 미룬 채 극단적인 정치적 편가르기로 진행된 선거 과정이 9월 새 교육감이 취임한 뒤 단행될 예정인 서울시 교육청 정기 인사에 고스란히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교육청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내 사람 챙기기식의 '편파 인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고교 선택제나 교원평가제, 수준별 수업 등 각종 교육현안에 대해 대립해온 양대 교원단체인 교총과 전교조 간의 대립의 골이 더욱 커진 것도 선거 과열이 가져 온 상처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교육에 전념해야 할 일선 학교 교사들이 어느 후보를 지지했는지, 어느 교원단체에 가입하고 있는 지에 따라 학교 현장에서 사사건건 마찰을 빚을 것으로 예상돼 교육계의 내홍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법 선거 논란과 후보들간 네거티브 공방, 세(勢)과시 등 정치판 못지않은 혼탁 양상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가 끝났지만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주경복 후보가 특정 정당 행사에 참여해 지지를 호소한 의혹과 민주노총이 주경복 후보를 지지하는 불법 인쇄물을 만들어 배포한 것에 대해 계속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서울시선관위는 주경복 후보 측이 공정택 후보에 대해 제기한 교육청 직원들을 동원한 '관권선거'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후보들의 선거법 위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법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을 받게 되면 교육감 당선이 취소된다.
지난해 12월 당선된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은 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김기용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