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報 독자인권위 좌담]주제: 정정보도와 피해 구제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4분


독자인권위원회 윤영철 위원, 정성진 위원장, 황도수 위원(왼쪽부터)이 29일 ‘정정보도와 피해 구제’를 주제로 토론하는 도중 잠시 본사 독자정보실에 들러 관련 자료를 점검했다. 홍진환  기자
독자인권위원회 윤영철 위원, 정성진 위원장, 황도수 위원(왼쪽부터)이 29일 ‘정정보도와 피해 구제’를 주제로 토론하는 도중 잠시 본사 독자정보실에 들러 관련 자료를 점검했다. 홍진환 기자
《미국산 쇠고기 파동 과정에서 드러난 오보 논란과 관련해 두 언론사의 대조적인 대응 태도가 눈길을 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은 MBC ‘PD수첩’ 측은 광우병 관련 프로그램이 의도적으로 왜곡 과장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검찰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자료 제출과 검찰 출석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한 신문사는 최근 시판된 미국산 쇠고기를 음식점에서 사먹는 시민의 사진을 연출한 것이 드러나자 내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함께 독자에게 공개 사과했다. 신속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보도하는 것이 오히려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보 독자인권위원회는 29일 본사 일민라운지에서 ‘정정보도와 피해 구제’를 주제로 좌담을 가졌다. 정성진(전 법무부 장관) 위원장과 윤영철(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장) 황도수(변호사) 위원이 참석했다. (최영미 시인은 최근 개인 사정으로 위원직을 사임했습니다.)

사회=황유성 독자서비스센터장》

독자 권리회복 - 피해구제는 즉시 해줘야 효과

―언론이 오보를 하고도 이를 바로잡는 데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성진 위원장=경쟁 상황에서 마감시간에 쫓기다 보니 오보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 언론은 즉각적인 대응으로 신뢰를 얻으려는 데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신뢰와 책임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자율적으로 정정하고 사과하려는 노력을 더욱 기울여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윤영철 위원=외국의 사례를 봐도 오보가 느는 추세입니다. 2003년 뉴욕타임스의 제이슨 블레어 기자가 거짓 인터뷰와 유령 취재원을 동원해 30여 건의 기사를 날조한 사실이 밝혀지자 신문사는 외부 인사가 기사를 검증하는 ‘퍼블릭 에디터’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1981년 워싱턴포스트의 재닛 쿡 기자는 여덟 살짜리 마약중독 소년의 비참한 삶을 그린 ‘지미의 세계’를 특종 보도해 퓰리처상까지 거머쥐었지만, 가공의 소설로 드러나 기자직은 물론 상까지 반납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1면에 같은 분량의 지면을 할애해 독자에게 사죄했습니다. 잘못이 있어도 즉각 바로잡고 충분히 사과한다면 신뢰의 실추를 최소화할 뿐 아니라 다시 신뢰를 얻을 발판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황도수 위원=최근 PD수첩 측의 대응을 보면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의식이 배어 있는 것 같습니다. 법은 같은 현상이 계속 반복돼 ‘자율로는 안 된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릴 때 만들어집니다. 언론 스스로 조심하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까요. 법을 통해 엄청난 피해 보상이 예상된다면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함부로 내보내지 못할 것입니다.

―시간적 물리적 제약에 따른 단순 실수는 이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념적 편향성에 상업성 선정성까지 가세한 오보가 낳는 사회적 파장은 너무 큰데요.

▽윤 위원=언론의 자율적인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고 실효성을 갖는다면 외부 규제를 최소화하고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보가 있어도 그냥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이번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는 이런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취재보도 과정의 결함을 정밀히 조사하고 자체 보고서를 만드는 등 자율적 검증시스템을 갖췄다면 예방이 가능했을 텐데 전혀 그런 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듯합니다.

▽황 위원=사회 전반이 문제를 제기하는데도 책임질 개인이 없는 경우 제3의 기관이 나서서 공정하게 조정을 종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적 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현재도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가 있지만 그야말로 권고적 효력을 갖는 데 불과합니다. 행정적 제재의 필요성이 있지만 자칫 표현의 자유를 과다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그렇더라도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위험성이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시점인 만큼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보를 예방하고 훼손된 권리를 효율적으로 구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 위원장=오보가 났을 때 언론이 적극적인 정정보도를 통해 피해를 구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법치주의적 시각에서만 본다면 고소 고발이 많아져야 선진화로 가는 길이 되겠지만 우리의 국민적 심성과 충돌하는 측면도 만만찮습니다. 타율적 장치보다는 내부 검증과 자체 징계 등 자율적 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윤 위원=개인적으로 기자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필요한 말만 듣고 끊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코멘트 딸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기자도 있고, 기사가 나간 뒤 그 내용을 재확인하는 기자도 있습니다. 신뢰도의 차이를 느낄 수밖에요. 기자 충원과 훈련 과정에서의 철저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권리 회복과 피해 구제를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충분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사건에 대한 관심이 옮겨갈 때쯤 약간의 지면을 할애해 정정한다면 그 효과는 미미할 겁니다. 인격권을 침해한 오보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충분한 지면을 할애해야 합니다.

정리=김종하 기자 1101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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