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경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흥분된 목소리로 “신문에서 전·의경을 대체할 경찰관 기동대가 창설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랍고 기뻤다”고 밝혔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2012년에 전·의경 제도를 폐지하는 계획을 마련했으나 경찰은 지난 1월 기존 폐지 계획을 유보했던 것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상경은 “2013년까지 4만 명의 전·의경을 감축하고 1만4000명의 경찰관 기동대원을 충원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 4만 5000여명의 전·의경 중 5000여명만 남게 되는 셈”이라며 “이는 사실상 전·의경제 폐지로 볼 수 있다. 5000여명은 괜찮다. 이들은 전·의경들이 필요한 곳에 배치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상경은 “시위 현장 같이 위험한 곳에는 미숙련된 전·의경 대신 경찰관들이 투입되는 것이 맞다”며 “지난 주말 2명의 전경이 옷까지 벗겨져 가며 시위대들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들이 때리는 데 가만히 있을 전·의경들이 어디 있겠냐”며 “폭력 시위대들은 물론 나쁘지만, 그런 상황에 어린 전·의경들을 방패막이 삼아 내 보낸 건 잘못이다. 전·의경들만 양쪽에서 죽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고 있는 해외공관 경비 업무도 전·의경들이 하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테러라도 발생 한다면 우왕좌왕 할 게 뻔하다. 긴급 상황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매뉴얼도 제대로 없다”고 말했다.
이 상경은 최근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귀대를 거부한 의무경찰 이길준(25)이경과 관련해 “나는 징계를 받아도 부대 바깥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계속 영창을 왔다 갔다 하더라도 끝까지 병역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이 상경은 현재 근무회피를 목적으로 단식을 했다는 사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이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상경에 대해 긴급구제조치를 결정했고, 해당부대는 육군이 아닌 다른 전경부대로의 전환 배치를 고려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30일 정식 경찰관으로 구성된 17개 중대 1700여명 규모의 기동대 창설식을 가졌다. 경찰은 2013년까지 4만 명의 전·의경을 감축하는 계획에 따라 올해에만 1400명의 경찰관 기동대원을 선발할 방침이다. 기동대원들은 평소에는 방범·교통순찰·수사지원·인명구조 등의 활동을 벌이다가, 시위가 벌어지면 현장에 투입돼 불법 시위대를 진압하게 된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인권관련 시민단체들은“80년대 사복 체포조인 백골단과 다름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