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동아일보는 오직 국민의 편에서 진실 말할 것
2008년 대한민국에 찬란한 봄은 없었습니다. 4월 29일 MBC ‘PD수첩’에서 ‘미국 소는 광우병 걸린 소이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려 죽는데, 한국인은 특히 취약하다’는 내용이 방영되면서 서울 한복판은 순식간에 촛불시위로 불타올랐습니다. 한여름에도 서울 세종로 한복판은 밤마다 해방구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대 편에 선 세력은 ‘동아일보가 과거 정부에선 광우병이 위험하다더니 새 정부 들어 말을 바꿨다’며 본보를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이 때문에 정말 동아일보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딴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는 독자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를 신뢰해온 독자 여러분께 겸허하게, 그러나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본보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태도를 바꾼 적이 없습니다. 과거 정권에서도 현 정권에서도 본보는 광우병의 위험성과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한편,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처럼 국민을 호도해선 안 된다는 논조를 흔들림 없이 지켜왔습니다.
○동아일보의 논조 바뀐 적 없어
어떤 현안에 대해 신문사의 시각과 견해, 주장 등 태도를 밝히는 것이 사설입니다. 2001년 1월 26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각국 정부에 방지조치를 당부한 이후 본보는 7월 30일까지 82건의 사설에서 광우병을 언급했습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시위가 한창이던 6월 30일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이라는 시국 성명서를 냈습니다. 사실과 너무나 다른 주장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보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4월 5일 ‘미국산 쇠고기 과학적 판정 결과 수용해야’ 제하의 사설에서 “국민의 건강이 걸린 사안을 미국의 압박에 밀려 결정할 수는 없는 일”임을 분명히 한 뒤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지난달 미국을 ‘광우병 통제가 가능한 국가’로 예비 판정했고 5월 말 총회에서 이를 확정한다. 우리로서는 국제기구의 전문가들이 과학적인 기준에 따라 광우병의 위험 정도를 판정한 결과를 수용하면 된다….”
근거 없는 선동을 일삼는 세력에 대한 비판도 한결같았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우리 국민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강제로 먹게 된다고 선동까지 하고 있다”(2007년 4월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할 수는 있지만 할인점 매장들을 점거하고 쇠똥까지 뿌리는 식으로 영업 및 소비자 구매를 방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2007년 7월 16일)는 것이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변하지 않은 본보의 일관된 태도였습니다.
○틀린 주장, 잘못된 주장, 왜곡된 주장 판쳐
민주당의 백원우 의원은 6월 13일 방영된 KBS ‘심야토론’에서 “‘누굴 위해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고 선동하나’가 2008년 4월 24일 동아일보 사설 제목이지만 1년 전인 2007년 3월 23일에는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미영국인보다 더 취약’ 이게 사설 제목이었다”고 본보를 공격했습니다.
백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누굴 위해…’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당장 광우병에 걸리는 것처럼 국민을 현혹시키는 세력을 비판한 사설이었지만, ‘몹쓸 광우병…’은 연구결과를 소개한 과학기사였습니다. 한국인 유전자와 프리온 질병 감염의 상관관계를 다룬 한림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로서, 본보의 자매지인 동아사이언스가 본보 과학면에 소개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사실이나 현상을 객관적으로 전하는 ‘기사’와, 신문사의 입장을 밝히는 ‘사설’도 구분하지 못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도 5월 21일자 기자협회보에서 “동아일보가 과거 6차례 사설까지 동원해 광우병을 경고했다. 이는 광우병을 ‘괴담’이라고 진단하며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태도와 180도 다른 것”이라고 본보를 비난했습니다.
기자협회보 주장대로 본보는 2001년 사설 ‘광우병 안전지대 아니다’를 통해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FAO가 각국 정부에 방지조치를 당부한 바로 그 해, 본보가 우리 정부에 철저한 대비책을 촉구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기자협회보가 예로 든 2007년 7월의 ‘미국산 늙은 쇠고기 한국만 먹는다고?’는 본보의 사설이 아니라 자매지인 ‘주간동아’에 실린 기사였습니다. 기자협회보가 쇠고기 월령 문제를 다룬 객관적 기사를 본보의 입장을 담은 사설로 둔갑시킨 것입니다. 기자협회보가 주간동아의 기사를 본보의 사설이라고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면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 정부 들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PD수첩이 쏟아낸 광우병 괴담에 놀란 여중생들이 5월 2일 첫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본보는 ‘반미(反美) 반이(反李)로 몰고 가는 광우병 괴담 촛불시위’ 사설에서 “정권을 타도하자고 외치는 광우병 괴담의 발신지는 지상파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이라고 정확히 지적했습니다. 일주일 뒤 ‘광우병 촛불집회 배후세력 누구인가’(5월 10일) 사설은 “그동안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광우병 파동 이전부터 정치활동을 하던 단체들”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MBC의 공공성을 믿고 국민건강과 국정운영을 염려해 촛불을 들었던 순수한 시민들은 본보의 시각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PD수첩은 사실을 왜곡했다는 점이 이제는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지식정보화 시대라지만 모든 정보가 참이고 가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거짓과 증오로 범벅된 쓰레기 정보가 무섭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옳은지 혼돈스러울 때일수록 나침반 같은 중심이 필요합니다.
본보는 ‘쇠고기 소모전 자제하고 청문회에서 따지자’(5월 6일) ‘쇠고기, 정부는 자성하고 야당은 수습에 동참해야’(5월 14일) ‘수입 쇠고기 엄격한 관리로 국민 불안 해소해야’(5월 30일) ‘쇠고기를 넘어 민생 회복에 국력 모으자’(6월 23일) 등의 사설로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좌고우면 현실미봉 보신 정부로는 미래 없다’(7월 8일)는 사설로 현 정부를 질타한 것은 물론입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한국의 대표신문 동아일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본보는 오직 국민의 편에서, 국민을 대신해 추상같이 진실을 말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동아일보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김순덕 편집국 부국장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