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의 성매매 집결지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 아닌가요?”
최근 대전 중구 유천동 속칭 ‘방석집’ 거리의 대대적 단속에 나선 황운하(46·사진) 중부경찰서장은 31일 “이번 단속의 최종 목표는 이 거리의 완전 해체”라고 말했다.
유천동 서부터미널 뒤편에서 유천종합시장에 이르는 방석집 거리는 1979년 형성됐다. 경찰은 모두 68개(유흥업 허가업소는 55개)의 업소들이 1곳당 많게는 18명의 여종업원들을 두고 술을 팔며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단속이 관심을 끄는 것은 경찰이 거의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 거리의 완전 해체를 공언한 데다 황 서장이 경찰 내부에서 소신파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
경찰대(1기) 출신인 그는 2005년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을 맡아 검찰과의 수사권 독립협상을 주도했다. 2006년 대전 서부경찰서장 시절에는 ‘구속 전 피의자 인치명령’을 거부해 검찰과 갈등을 빚은 끝에 인사조치됐다. 또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때는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가 징계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방석집 거리의 완전 해체는 여종업원들의 인권을 챙기고 화재 등 대형 참사를 방지하며 청소년과 시민의 유해환경 제거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며 “그동안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통해 시민들의 바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울 ‘미아리’의 경우처럼 업주들이 경찰 상납 리스트를 공개해 역공을 펼 수도 있어요. 상납 관행이 없어졌다고 믿지만 혹시 그런 일이 있다면 관련 경찰관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황 서장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단속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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