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자격 없다” vs “법적인 하자 없다”

  • 입력 2008년 8월 2일 02시 57분


복지부 “물의 빚은 사람 승인하면 국제적 논란”

수암硏 “정치적 의도 아닌가” 해외진출 가능성

학계 “黃 없어도 된다” “지원위축 우려” 술렁

■ ‘배아복제 연구 불허’ 파장

보건복지가족부는 1일 황우석 박사의 인간 체세포 배아 복제 연구를 승인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복지부는 “황우석 박사가 책임연구자인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이 제출한 ‘치료 목적의 체세포 핵이식 기술을 이용한 인간 배아줄기세포주 수립에 관한 연구’ 계획서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체세포 복제 배아연구 진행과정에서 논문 조작, 실험용 난자 취득에 관한 윤리적 문제로 교수직에서 파면된 사실, 난자 불법매매 등 생명윤리법 위반 기소 등을 승인 거부 이유로 들었다.

▽“연구책임자 자격 문제로 승인 어렵다”=권용현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승인 불허 결정에는 연구책임자의 자격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생명윤리법 시행규칙(연구책임자 및 연구담당자는 해당연구 분야의 자격과 경력을 갖췄을 것)에 중점을 둔 결정으로 정부가 무엇보다 황 박사의 ‘윤리성’을 문제 삼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 박사는 2006년 배아줄기세포 연구논문 조작 등의 혐의로 복지부로부터 연구 승인이 취소됐으며 검찰에 기소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이번 결정에는 체세포 핵이식 인간 배아줄기세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황 박사의 주장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성천 복지부 생명윤리안전과 사무관은 “논문 조작으로 국제적 물의를 일으킨 황 박사의 연구를 승인한다면 또다시 국제적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각계 찬반 의견 엇갈려=수암연구원은 “황 박사가 재판 중이더라도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하는데,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연구계획서를 불허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며 반발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서울 종로구 계동 복지부 건물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으며 이들 중 30여 명은 지난달 31일 오후 9시경 건물 6층 생명윤리안전과 사무실에 난입해 40여 분간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황 박사를 지지하는 불교계 일부 종파도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과학계, 보건의료계, 가톨릭계, 개신교계 등은 복지부의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이번 복지부의 결정으로 황 박사의 연구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 국장은 “앞으로도 황 박사의 인간 배아복제 연구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며 “재신청에 제한이 없으며 이의 신청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암연구원은 “아직 재신청이나 이의신청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줄기세포 연구 지원은 계속돼야”=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이번 결정이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가 굳이 ‘황우석’을 거론하지 않아도 될 만큼 궤도에 올랐다는 것.

교육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 관계자는 “황우석 사태 이후 저명 학술지에 발표된 국내 연구자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논문 수가 세계 4위에 오를 정도로 이미 국제적 신뢰가 회복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배아줄기세포의 과학적 의미가 축소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줄기세포 연구자는 “배아줄기세포는 이식 후 면역거부 반응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다른 줄기세포(성체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등)보다 난치병 치료에 활용될 가능성이 커 꼭 필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이번 결정이 연구자 개인의 자격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정부는 결정의 배경을 명확히 설명하고 줄기세포 연구에 지원 의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박사 거취에 대해서는 향후 국내보다 해외에서 독자적으로 연구를 수행해 기술 보유를 증명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대해 수암연구원은 “최근 4개국 6개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배아 공동연구를 제의해왔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영상취재 : 박영대 기자

루게릭병 치료 길 열리나

환자 피부세포 이용 운동신경세포 변환 성공

세포파괴-발병 과정 규명 가능… 약 개발 도움▼

불치병으로 알려진 ‘루게릭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AP통신과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이 병은 뇌와 척수(척추 안쪽에 있는 신경세포 집합체)에 있는 운동신경세포가 지속적으로 파괴되면서 근육이 퇴화해 목숨까지 잃게 만든다.

AP통신은 미국 컬럼비아대 크리스 헨더슨 박사의 말을 인용해 “루게릭병 환자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운동신경세포를 만들어 내는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이 환자의 운동신경세포에서 루게릭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찰을 통해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

과학자들은 그동안 뇌와 척수에 들어 있는 루게릭병 환자의 손상된 운동신경세포를 채취할 수 없어 치료법은 물론 어떻게 발병해 진행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연구팀은 80대 루게릭병 환자 2명의 피부에서 떼어낸 피부세포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줄기세포로 만든 뒤 다시 운동신경세포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발병 과정과 치료법 연구에 꼭 필요한 환자의 운동신경세포와 유전적으로 똑같은 운동신경세포를 수백만 개 만들어 낸 것이 이번 연구팀이 거둔 성과다.

공동연구자인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의 케빈 이건 박사는 “이번 연구로 만들어 낸 환자들의 운동신경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면서, 운동신경세포에서 루게릭병이 다시 발생하는지 등 다양한 실험을 할 것”이라며 “환자의 세포를 정상인의 세포와 비교하는 연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헨더슨 박사는 “이번 연구는 루게릭병의 발병 과정을 밝히는 것은 물론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약 개발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연구는 하버드대 줄기세포연구소와 뉴욕 줄기세포재단 등 7개 단체의 후원으로 이뤄졌고, 지난달 31일자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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