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지’의 선점=안 부지사는 3일 “지난해와 달리 연해주 진출을 둘러싼 여건이 좋아졌다”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현장 상황 역시 괜찮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연해주 정부와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영사관이 농업 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것도 유리한 조건이다. 연해주 정부는 한국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진출할 수 있는 농장 목록을 제공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경남도 정재민 농업지원과장은 “러시아는 토지 공개념이 확실해 농사용 땅은 40여 년 동안 임대를 해야 하지만 가공, 유통시설은 등기도 가능하다”며 “다른 자치단체에 앞서 시설을 확보해 개·보수를 한다면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2, 3개 광역지자체는 가축 사료 확보차원에서 연해주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과장은 “연해주는 농산물의 건조, 저장, 가공에 필요한 시설이 절대 부족해 이의 확보가 최대 관건”이라며 “현지의 체르니코프카 곡물 사일로와 부속건물, 스파스크 곡물처리장 등의 가공 및 유통시설을 수리해 사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진출하나=경남도는 도의 출자·출연기관이 현지에 법인을 설립해 운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출자·출연기관은 경남개발공사나 경남무역 등이 유력하다.
법인을 설립하면 대상 토지를 결정하고 러시아 현지인을 고용한 뒤 밀이나 콩, 벼 등의 종자를 뿌리고 본격 농사를 시작한다. 생산된 곡물은 현지에서 판매하고 형편이 허락하면 국내 반입이나 북한 지원을 추진할 계획.
경남도 관계자는 “정부가 해외 농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필요한 협의를 서둘러 진행하고 준비기간을 거쳐 가능하면 2010년쯤 현지에서 농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제는=연해주의 평균기온은 한국보다 10도 정도 낮다. 특히 10월에 갑자기 눈이 내려 농작물 수확을 못하는 경우도 잦다. 관개시설과 교통은 좋지만 토양은 척박한 편이다.
현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처리도 과제다. 당장 쌀은 들여올 수 없고 콩은 관세가 높다. 해외 농장 개발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하는 등 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도 많다.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려면 한국-러시아-북한 간 합의가 필요하다. 생산물의 북한 지원은 대북 수송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연해주:
러시아 시베리아 동해 연안의 넓은 지역.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 측이 제공 가능한 농지는 수천 km².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육로로 3시간 거리에 우리나라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농장과 기업체가 경영하는 영농회사가 있다.
기자 고은정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