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손해배상액 적어 실효성 의문” 지적도
美선 소송안한 피해자도 승소 판결땐 구제
최근 피해자 여럿이 함께 소송을 내는 ‘집단소송’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무더기 유출과 불법 시위, 왜곡 보도 등 피해자가 수천∼수만 명이 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집단소송의 포문을 연 사건은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가 1000만 명이 넘고 현재까지 집단소송에 참가한 사람도 수만 명에 이른다.
지난달 법무법인 상선이 원고 9만7211명을 모아 옥션을 상대로 1인당 100만 원씩 배상액을 요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냈다. 소송액수가 972억 원이 넘는다.
하나로텔레콤과 LG텔레콤에 대해서도 “회원정보를 빼돌린 데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또 소비자시민모임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할 계획이다.
최근 촛불시위피해자법률지원특별위원회(시위피해특위)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 상인 수백 명의 위임장을 받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등을 상대로 1인당 1500만 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집단소송을 부추기는 인터넷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착수금만 받고 소송을 진행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겼다.
집단소송의 ‘원조’로 꼽히는 1980년대 중반의 망원동 수재 사건처럼 과거에는 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법조계에서는 국내 집단소송의 효과가 제한적이고 피해자 1인당 손해배상금이 너무 적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집단소송(Class-Action Lawsuit)은 피해자 중 일부가 제소해 이기면 소송을 내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도 판결에 따른 구제를 받는다. 그러나 한국은 증권 및 분식회계 관련 소송을 제외하면 소송을 낸 사람만 배상을 받는 제한적인 ‘단체 소송’ ‘기획 소송’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국내 집단소송은 피해자 개인당 배상액은 적고 변호사만 돈을 버는 경우가 많다”며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집단소송의 효과를 확대하고 공신력 있는 소비자단체를 소송 대표로 두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