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집행장 가져오면 다른 범죄 털어놓겠다” 발언도
“비 오는 날 유영철(사진)의 살인 재연 장면을 지켜보고 있자니 괴기스러운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4년 전 유영철을 직접 수사했던 이모(42·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검사) 변호사는 4일 대검찰청 전자신문 뉴스프로스 8월호에 ‘희대의 살인마’와의 첫 대면을 이같이 털어놨다.
출장안마사 등 21명을 연쇄 살해한 유영철을 이 변호사가 처음 본 것은 2004년 7월 현장 검증 때.
“유영철의 눈은 생각보다 해맑고 한편으론 고독해 보였다. 그런데 내가 경찰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신경이 곤두선 유영철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순간이지만 번득이는 느낌이었다.”
유영철은 수사 과정에서 호기를 부리며 혼선을 주기도 했다고 이 변호사는 전했다.
담배를 피우는 검사에게 “담배를 끊으세요. 나보다 검사님이 먼저 죽을 수도 있어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선물을 하나 준다”며 경찰 조사 때 숨겼던 결정적인 증거를 꺼내 놓기도 했다.
구치소를 옮겨달라며 3일간 단식을 했고, 거품을 물고 발작하는 연기로 조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법정에서는 피해자 가족을 향해 달려들다 제지를 당한 적도 있다.
사형 선고가 확정된 후에는 “법무부 장관의 형집행장을 가져오면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털어놓겠다”며 여죄에 대한 의혹을 키웠다.
심지어 범행의 대상이었던 여성 변호사를 자신의 국선 변호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유영철은 해당 여성 변호사의 집에 침입하려 했지만 마침 인부들이 작업을 하고 있어 포기하고 대신 인근 저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그 여성 변호사를 선임하려는 이유를 묻자 “나에게 희생당할 뻔했기에 오히려 나를 잘 이해할 것이고, 여성이기 때문에 부녀자 연쇄살인사건 범행의 동기도 잘 이해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고 한다.
유영철의 엽기 행각은 최근 ‘추격자’란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영화에서 검사가 기동수사대장을 마구 다그치는 등 수사를 훼방하는 듯이 나오는데 다소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후일담으로 인해 사형 미집행자인 유영철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당시 수사관을 곤혹스럽게 할까 걱정된다. 피해자들의 명복을 빈다”며 글을 마쳤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