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무 총장 “임기내 서울대 법인화”

  • 입력 2008년 8월 5일 20시 06분


서울대가 다음 달부터 대학 법인화를 본격 추진한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5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법인화는 국제적인 추세로 대학 자율화와 효율화를 모두 기할 수 있다"며 "대학 법인화를 임기 내에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총장은 다음 달 안으로 비(非) 보직교수와 부총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가 함께 참여하는 법인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외부 인사와 학생들의 추진위 참여도 검토 중이다.

대학 법인화는 국립대를 국가로부터 법인으로 독립시켜 인사, 조직, 재정권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제도. 서울대는 그동안 정부 법안과는 별도로 독자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이 총장은 "지난 10년간 국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매우 미약했다"며 "싱가포르와 일본의 대학 법인화에서 보듯 정부의 예산지원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법인화가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대가 법인화되더라도 기초학문에 대한 보호와 육성, 등록금 수준 유지 등 국립대의 기본 책무는 충실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가에서는 서울대의 법인화 추진이 가시화됨에 따라 다른 국립대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운기자 sukim@donga.com

서울대 ‘법인화’ 선언…‘공무원 탈피’ 불안감 해소 관건

서울대가 5일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그동안 법인화를 반대해온 다른 국립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해온 국립대 법인화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대 법인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교과부가 지난해 만든 '국립대학 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은 국무회의 의결까지 거쳤으나 국회에서 법안 상정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국립대 법인화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만큼 교과부는 올 하반기 중에 이 법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해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전국 54개 국공립 대학 가운데 법인화를 희망하는 대학에 한해 내년부터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법인화를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국립대들은 그동안 "법인화가 되면 국고지원이 줄어 등록금을 올려야 하는 등 교육여건이 열악해지고 교직원들의 신분이 불안해진다"며 반대해왔으나 서울대가 법인화 추진을 선언한 만큼 참여 대학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역 거점 대학들을 내부적으로 법인화 작업을 준비해왔다.

교과부는 국립대가 정부 행정기관의 성격을 버리고 조직, 인사, 예산 운용 등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특수법인으로 전환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과대 하나를 조정하려고 해도 각종 규제에 묶이고, 우수한 교수를 유치하려 해도 급여 체계가 경직돼 있어 벽에 부딪히는 지금의 구조로는 급변하는 교육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만든 법안에 따르면 법인화된 국립대는 총장이 대학 운영에 전반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된다.

총장은 4년 단위로 성과 목표를 정해 공표하고, 교과부는 운영 실적을 평가해 행정과 재정 지원을 하게 된다. 직선제인 총장 선출 방식도 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로 바뀐다.

교무회의가 담당하던 의사결정 기구도 외부인이 참여하는 이사회로 바뀌게 된다. 개방형 운영체제를 통해 인사와 재정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해 학교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회는 총장과 교과부 및 기획예산처(현재는 기획재정부) 추천 인사 1명씩을 포함한 15명 이내로 구성한다. 총장과 정부 추천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외부인으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국립대 구성원들은 법인화가 되면 정년 보장이 깨지거나 연금이 깎이는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공청회를 무산시키는 등 실력 저지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 교과부는 앞으로도 매년 현재 재정지원 이상의 출연금을 지원하고, 법인 전환 당시 대학이 갖고 있는 재산을 무상 양도한다는 규정을 법안에 명시했다. 교직원의 신분은 공무원에서 법인 소속으로 바뀌지만 고용은 그대로 승계되도록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국립대 법인화는 원하는 대학에만 적용할 예정이고 정부의 재정 지원도 현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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