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이 생각하는 과학자? 실험실서 연구중인 안경쓴 남자!

  • 입력 2008년 8월 8일 02시 54분


400명 대상 일터 그리기 인식 조사

“너무 단편적… 이미지 메이킹 필요”

‘과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국내 초등학생들은 대체로 ‘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플라스크로 연구하는 안경 낀 남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단편적이고 일부 왜곡된 이미지는 나이가 들어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울대 화학교육과 노태희 교수팀은 서울시내 초등학생 400여 명을 대상으로 ‘일하는 장소 그리기를 이용한 과학기술 직업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다. 그 결과 81%의 학생이 과학자가 일하는 장소로 ‘실험실’을 그렸고, 과반수 학생은 과학자를 흰 실험복을 입고 비커나 플라스크로 실험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또 여성(13.4%)보다 남성(45.6%) 과학자를 3배 더 많이 그렸다.

이 연구 결과는 8일 전남 광주교육대에서 열리는 ‘초등과학교육 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노 교수는 “학생들이 과학자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대부분 피상적이고 특정 모습에 편중돼 있다”며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직업이다’ 또는 ‘실험을 위해 동물을 함부로 죽인다’와 같이 부정적 이미지를 표현한 비율(18.5%)이 과거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3월 한국교원대 양일호 교수팀이 ‘초등과학교육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직 초등교사도 초중고교 학생 못지않게 과학자에 대해 고정관념을 갖고 있으며, 나이가 많을수록 틀에 박힌 이미지를 더 견고하게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교수는 “과학자와 만나거나 실험실을 체험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과학자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메이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정보센터 정숙영 연구원은 “요즘 청소년이 좋아하는 직업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며 “특정 직업에 대한 피상적인 이미지는 진로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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