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이 공기업 선진화 방안 발표를 앞두고 대기업 등 국내 자본이 쉽게 공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국내 자본이 공기업을 인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20여 개의 법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나라당은 이 중 상당수를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로드맵에 맞춰 올해 정기국회에서 개정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4정조부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7일 “포스코와 KT&G, KT가 민영화 후 지난해 말까지 외국인 지분이 각각 48.9%, 52.5%, 45.5%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며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해 국민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민영화의 목표와 달리 그동안의 민영화가 외국인 주주의 배당만 늘려 주고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주주 1인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15% 이상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은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3곳에만 적용되고 있다.
또 법적으로 역차별은 없더라도 현실적으로 국내 자본이 공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외국 자본에 비해 떨어져 그동안 많은 공기업이 외국 자본에 잠식당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민영화에 대비해 ‘산업자본은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지분의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은행법과 ‘산업자본의 사모투자펀드를 통한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소유를 제한한다’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외국자본의 대항마로 국내 산업자본과 연기금 등도 민영화 대상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현재 관련법에서 지분소유 제한 조항이 있는 한국전력 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등 시장형 공기업과 도로공사 지역난방공사 주택공사 토지공사 수자원공사 석유공사 관광공사 철도공사 광업진흥공사 석탄공사 조폐공사 산재의료관리원 등 준시장형 공기업에 대한 법률도 개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