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가 산별 중앙교섭 문제를 놓고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조직적으로 반기(反旗)를 들었다.
▶본보 8일자 2면 참조
현대차 노사협의안 금속노조서 거부
노동계의 ‘맏형’임을 자처하며 투쟁의 선봉에 서 온 현대차 지부가 집행부를 중심으로 상급단체에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제부터는 우리 갈 길을 가겠다”=현대차 지부 장규호 공보부장은 8일 오전 11시 울산의 지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부터는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은 일단락하고 다음 주부터 지부교섭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8일 오후 열리는 금속노조 중앙쟁의대책위(중앙쟁대위)에서 현대차 지부가 마련한 ‘중앙교섭 의견접근안’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지부교섭에 나설 것”이라며 “(지부교섭을 통해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 달라는) 현장 조합원의 정서를 더는 외면할 수 없었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 노사는 7일 오전 교섭에서 ‘2009년부터 산별 중앙교섭에 참여한다. 이를 위해 2008년 10월까지 협의체를 구성한 뒤 2009년 2월까지 산별 교섭구조와 의제 등을 합의한다’는 의견접근안을 마련했으나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이 “GM대우차의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때부터 현대차 지부는 반기를 들었다. 이날 오후 2시 긴급 대의원 간담회를 열고 “현대차의 ‘의견접근안’은 여타 사업장과 대동소이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후 6시 단체교섭위원 자체회의를 열고 “8일 금속노조 중앙쟁의대책위에 의견접근안 수용 여부를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결의했다.
금속노조는 8일 오전 10시 현대차 울산공장 내 공작연수원에서 중앙쟁대위(총 39명)를 열 예정이었지만 성원 미달로 오후 9시에 회의를 열었다.
▽금속노조-현대차 갈등 심화될까=올해 들어 한미 쇠고기 협상 무효화 파업 등 상급단체의 투쟁지침을 충실히 따랐던 현대차 지부가 대의원 간담회와 교섭위원 회의 등을 통해 상급단체에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대차 지부가 상급단체의 지침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교섭에 나서면 현대차 지부는 ‘사고 지부’로 지정될 수 있다. 사고 지부가 되면 금속노조가 제명이나 정권(停權), 견책, 경고 등의 징계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현대차 지부를 쉽게 중징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 지부는 조합원이 4만5000여 명으로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15만 명)의 30%를 차지하는 데다 매년 44억여 원의 회비를 금속노조에 납부하고 있기 때문.
이와 관련해 장 공보부장은 “교섭 방법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금속노조와 갈등은 없다. 현대차 지부는 산별교섭 정착과 금속노조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중앙교섭:
금속노조와 사용자 단체 간의 집단 교섭. 금속노조와 현대차 등 완성차 4사는 지난해 4월부터 중앙교섭 의제 등을 정하기 위한 산별준비위원회를 네 차례 열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중앙교섭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부교섭:
금속노조 지부와 개별 회사 간의 교섭. 지금까지 중앙교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현대차는 지부교섭이 열리지 않았지만 현대차 지부가 8일 “지부교섭에 매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