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촛불집회서 집단폭행 당해 실신
병원서 퇴원… 특박 나와서 통증 호소
복귀날 “부대간다” 집나간후 연락두절
촛불시위 진압 도중 시위대에 맞아 뇌진탕 진단을 받았던 전경이 17일째 행방불명이다.
이에 경찰 관계자와 가족들은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지방경찰청 306전경대 소속 이모(21) 상경은 6월 29일 새벽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의회 앞에서 동료 20여 명과 함께 수만 명의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했다. 당시 시위대는 전경들에게 쇠파이프와 망치, 각목 등을 휘둘렀고 2시간여 동안 집단 폭행을 당한 이 상경은 헬멧이 깨질 정도로 심하게 머리를 맞고 의식을 잃었다.
이 상경은 같은 날 오후 뇌진탕 진단을 받고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 입원한 뒤 7월 12일에 퇴원해 바로 부대로 복귀했다. 병원에서는 “외관상으로도 문제없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도 좋다”고 통보하며 이 상경을 퇴원시켰다.
그러나 10일 통화를 한 이 상경의 어머니 최모(46) 씨는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병원 측의 말과 다르게 이 상경이 퇴원하는 날까지 머리에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는 것.
이 상경은 복귀 날인 25일 “부대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집을 떠난 뒤 현재까지 소식이 없다. 최 씨는 “특박을 나와서도 가끔씩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말했고 밥도 거의 못 먹었다”며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시 어디 가서 쓰러지지나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잠도 오질 않는다”며 불안해했다.
이 상경이 속한 부대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입대한 이 상경이 상당히 의젓하고 신중한 성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상경은 자기가 힘들어도 선후배, 동기들을 다 챙길 정도로 인정받을 만큼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다”라며 “1년을 넘게 봐왔지만 힘들어서 탈영할 성격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군 생활을 하면서 아들은 언제나 활기찼다”면서 “그러나 이번 시위 진압을 하고부터 좀 힘들어 보였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위 기간 중 외박을 나오면 손톱 밑도 새까맣고 밥도 잘 못 먹었다”며 “인터넷 ‘싸이월드’ 미니 홈페이지에 ‘준법시위를 왜 못하냐. 우리가 때리지 못해서 안 때리는 줄 아느냐’는 글까지 남겼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남편도 없이 키운 내 아들은 내 전부나 마찬가지”라며 “11대 독자라 군대를 안 갈 수도 있었지만 아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대에서야 최선을 다한다고 말하지만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 같다”고 속 타는 심경을 토로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