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을숙도 습지 ‘토사의 습격’

  • 입력 2008년 8월 13일 07시 08분


공원 조성때 수문 안만들어 습지 일부 육지화… 부산시 대책 마련 나서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인 낙동강 하구 을숙도(천연기념물 179호)의 습지 일부가 육지로 바뀌고 있어 부산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는 철새 도래지 보호와 생태계 복원을 위해 만든 인공습지 조성 과정에서 썰물 때 물을 가두는 수문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쓰레기 매립장과 준설토 퇴적장, 파밭이던 을숙도 하단부에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사업비 218억 원을 들여 인공습지인 ‘을숙도 철새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면적 190만7000m² 가운데 인공습지는 86만8500m²로 인공생태 공간, 해수로, 갈대습지, 갯벌습지, 탐방로 등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최근 이곳은 낙동강을 따라 흘러들어 온 토사가 습지를 메워 갈대만 무성히 자라고 있다.

또 갈대가 물의 흐름을 막아 퇴적층을 형성하는 바람에 잠식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지역 환경단체는 “습지는 30cm가량의 수심이 유지돼야 하지만 최근 일부 수심이 그 이하이거나 육지로 바뀌는 등 서식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철새들이 을숙도를 떠나거나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서식환경이 나빠진 것은 생태계 복원보다 인공시설물을 무분별하게 배치하는 등 공원 조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빚어진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을숙도 인공습지의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명지대교 공사장 중간 지점, 을숙도 동쪽,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 옆 담수습지 등 낙동강 물길 3곳에 수문과 배수펌프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수문 설치 예정 지역이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조만간 문화재청에 공사 허가 신청을 낼 것”이라며 “문화재청도 육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수문 설치 및 갈대 제거 방안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을숙도에는 겨울철에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청둥오리, 기러기, 검은목논병아리 등 148종 7만∼8만마리의 철새가 찾아오고 있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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