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 애국심을 잡아라.’
이달 들어 베이징 올림픽, 광복절, 독도 지키기 운동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애국심 마케팅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는 하나’라는 점을 호소하면 고객에게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업들은 기존에는 태극기나 독도가 그려진 상품을 판매하는 이벤트 등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다양한 이벤트와 경품, 이미지 광고 등을 내걸며 애국심 마케팅을 진화시키고 있다.
애국심 마케팅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한 업종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최근 수입차와 경쟁 범위가 넓어진 현대자동차는 13일 열린 한국-온두라스 축구경기에 고객들을 추첨해 응원단으로 파견했다. 중국 현대차 딜러와 대한민국임시정부 견학 기회도 제공했다.
기아차도 신차(新車) ‘포르테’ 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 응원단을 모집했다. 이 회사 판매기획 관계자는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은 독도를 활용한 홍보에 이어 박태환 선수 관련 광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회사는 2년 전 독도 광고를 처음 시작한 뒤 1년 만에 탄산음료 시장에서 외국계 경쟁사를 처음 앞섰다.
STX그룹은 처음으로 올림픽 관련 신문광고를 시도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5000만이 하나 되어’라는 문구와 태극기 이미지로 한국계 기업임을 알리는 동시에 회사 임직원의 자긍심도 높였기 때문이다.
STX 관계자는 “공익성이 강한 이번 광고가 나간 뒤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애국심 마케팅을 자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국 색채를 너무 강조했다가 오히려 해외 고객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매출의 90%가량이 수출 물량에서 나오고 일본 선사들의 수주도 많은 편”이라며 “한국 기업임을 강조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몇 년 전까지 광복절 기념 특별상품을 내놓았다가 중단했다. 세계 곳곳에 취항하는 항공사들도 국적 항공의 이미지를 크게 내세우지는 않는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소장은 “글로벌 이미지를 고려해 한국만의 자부심을 강조하는 마케팅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은 이보다 세계 속 위상을 강조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