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확장-버스노선 이전”
송파구, 대책마련에 부심
13일 오후에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1단지와 2단지 주변은 조경 정리와 도로 확장공사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곳곳에 주민들의 입주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펄럭이고 있었다.
잠실 일대에는 다음 달까지 1만8000가구가 새로 입주하게 된다. ‘리센츠’ ‘엘스’ ‘파크리오’와 같은 세련된 이름의 고층 아파트로 변신한 이곳은 활력이 넘쳤다.
하지만 잠실 재건축단지의 대규모 입주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빛에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 ‘교통 대란’이 일어날 게 불을 보듯 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과 강북, 경기 성남, 하남시를 연결하는 잠실역 사거리는 이미 출퇴근 시간대에 차량 정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풍납동에 거주하는 이준혁(33) 씨는 “안 그래도 출근길마다 전쟁인데 입주가 시작되면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내달까지 1만8000가구 입주
잠실 재건축사업단지에는 현재 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리센츠 5563가구가 입주 중이다. 다음 달에는 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엘스 5678가구와 잠실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파크리오 6684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평균 4인 가족이라고 계산할 때 과천시(6만여 명) 인구에 맞먹는 규모가 한꺼번에 입주하는 셈.
대규모 입주도 입주지만 소형이었던 잠실 주공단지가 중대형 위주의 고급 단지로 변신한 것도 교통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당 1, 2대의 차량을 소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송파구는 잠실 재건축단지의 입주가 끝나면 오전 출근 시간대에 적어도 1만6000대의 차량이 더 유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단지에서 빠져나오는 우회로야 신설할 수 있겠지만 밀려나온 그 차량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우려를 표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에 문의하러 오는 사람들도 대개 교통 상황부터 묻는다”며 “송파구가 교통 체증을 해결하지 못하면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국교통연구원 권영종 박사는 “신도시라면 아예 계획적으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종합 개발을 할 수 있지만 이미 도로망 조성이 완료된 송파에 대규모 인구가 유입되는 것이다 보니 대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의 유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4조4000여억 들여 교통 환경 개선
그뿐만 아니라 이 주변에서는 동남권 유통단지 건설, 장지택지개발 사업, 위례신도시 조성 등 각종 대형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추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관할 구청인 송파구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송파구는 7월 국토해양부와 협의해 제2양재대로 신설, 위례성길 연결로 확장, 탄천변 도로 신설 등 23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최종 결정했다. 총사업비만 해도 4조4000여억 원에 이른다.
또 잠실 주공 단지 주변 도로를 확장한 데 이어 올림픽대로 아래쪽의 잠실 아파트단지 뒷길을 풍납동까지 연결해 교통량을 분산시킬 계획이다.
교통행정과 이춘복 팀장은 “대형 개발사업들이 한꺼번에 진행되면 교통량이 지금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토부, 토지공사, 서울시 등과 협의하며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