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린 줄 알았던 눈물은 빗물과 함께 다시 쏟아져 내렸다.
장대비가 내린 22일 오전 9시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평초등학교 운동장. 서울 소방악대의 ‘장송행진곡’과 ‘고향생각’ 연주가 울려 퍼졌다.
사흘 전 나이트클럽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조기현(45) 김규재(41) 소방위와 변재우(35) 소방교는 영정사진 속에서 나란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영정이 놓인 흰색 단상 위엔 고인들이 사용했던 구조복과 정부가 수여한 옥조근정훈장, 서울시 표창이 놓여 있었다.
“어찌하여 목 놓아 불러도 대답이 없느냐. 하늘도 마음이 아파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우리도 목 놓아 운다.”
고인들의 동료였던 박영동 소방장이 추도사를 낭독하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변 소방교의 어머니 최매자(67) 씨는 “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의 영정 앞으로 가려다 주변의 만류에 “잘 가소, 잘 가소 내 아들아”를 부르짖으며 끝내 주저앉았다.
고인들은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으며 유해는 경기 성남시립 화장장에서 화장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