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독서로 논술잡기]‘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 입력 2008년 8월 25일 03시 00분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최재천 지음/(효형출판)

정전사고 일으키는 흉조가 된 길조 ‘까치’

그 책임은 자연파괴한 인간에 있지 않을까

‘상대방을 잘 알게 되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잘 모르기 때문에 미워하고 시기하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동물의 습성을 알면 그 동물을 사랑하게 된다고 믿는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에 등장하는 동물의 이야기를 논술과 관련지어 생각해보자.

【 (가) 공원에 떼 지어 몰려다니는 비둘기들은 번식기가 되면 깃털을 곤두세운 채 구구거리며 하루 종일 암컷 꽁무니를 따라다닌다. 암컷이 수컷을 따라다니는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새들이나 풀벌레들 중 소리를 내는 것이 다 수컷인 것도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함이다. 거의 모든 종의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더 화려한 색깔을 띠며 현란한 춤을 추는 까닭도 다 성(性)에 관한 한 암컷에게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120쪽)

(나) 까치는 북반구 전역에 걸쳐 분포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상당한 숫자가 사람 주변에서 함께 사는 곳은 거의 없다. 아마도 길조라 하여 늘 보호해준 선현들 덕분이리라. 그런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 길조로 사랑받던 까치가 요즘 들어 흉조의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 과일이나 곡식 등 농작물에 피해를 주며 전봇대에 둥지를 틀어 정전사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더 이상 까치를 그들의 상징으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145쪽) 】

(가)는 동물의 경우 성에 관한 선택권이 거의 암컷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수컷이 상대적으로 암컷에 비해 화려한 이유도 수컷이 선택받아야 할 운명임을 말해준다. (나)는 전통적으로 길조로 여겨졌던 까치가 흉조가 됐다는 내용이다. 까치에 의한 농작물의 피해와 정전사고가 그 이유로 제시됐다.

이제 (가)와 (나)를 바탕으로 스스로 논술 문제를 만들고 답안까지 작성해보자.

① ‘(가)의 글에 드러난 동물 삶의 보편성을 밝히고, 그것이 인간 사회에 주는 시사점을 사례를 들어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생각해보자.

(가)는 보편적으로 암컷이 성(性)의 선택권에 있어 우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암컷이 갖는 성의 결정권은 자연의 원리이자 법칙이다. 반면, 인간은 외모보다는 사회적 지위나 재산의 많고 적음, 학벌 등 사회적 기준으로 상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이러한 행동양상은 경제학적 투자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보화 시대에 경제권을 쥔 여성들이 ‘완벽한’ 정자를 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도 다른 동물처럼 여성이 성의 선택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결국 인간도 자연의 질서를 수용하는 셈이다.

② ‘(나)의 글에서 까치가 흉조로 바뀐 근본 이유를 밝히고, 까치의 길조 회복방안을 제시하시오’란 문제를 만들어보자.

사람들은 인간의 삶에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까치를 흉조로 여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까치의 입장에서 본다면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환경을 파괴한 인간이 피해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까치가 전봇대에 집을 짓는 것은 둥지를 틀기에 알맞은 나무를 인간이 모두 베었기 때문이며, 나뭇가지를 찾기 어려워 주변에서 철사를 물어오다 보니 정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까치를 길조에서 흉조로 변하게 한 장본인은 바로 인간인 셈이다. 우리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도희 송탄여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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