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아래 이산화티탄 평판에 떨어진 물방울이 퍼지는 이유는?
정의·선례 살펴 분석적 자세로 접근해야
이산화티탄은 광촉매라고 알려진 물질이며 이미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이산화티탄이 햇빛을 받으면 원자가전자가 전도대로 뛰어오르면서 분자 내부적으로 환원 능력이 뛰어난 전자와 산화 능력이 뛰어난 정공이 생성된다.
아래 대화는 이산화티탄에 관한 지식이 없는 학생의 추론을 담고 있다. 비록 추론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도 이 코너는 지식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의 중요성을 보이는데 주력한다는 점을 미리 알린다.
○ 논제
인공위성의 내부는 무중력 상태인데 여기에 물을 뿌리면 서로 뭉치면서 구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햇빛 아래에 놓인 이산화티탄(TiO₂) 평판 위에 떨어뜨린 물방울은 둥근 반원을 만들지 않고 낮게 퍼진다고 한다. 이 현상의 원인에 관해 논하시오.
○ 학생과 교수의 대화
학생: 햇빛을 받은 이산화티탄의 껍질이 벗겨지면 그 아래층의 전자가 직접 물과 닿을 것 같습니다. 물 분자들 간의 인력보다 물 분자와 전자들 간의 인력이 클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이산화티탄 위에 얹힌 물방울이 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 자네 주장에 두 가지 가정이 들어 있는데, 하나는 껍질이 벗겨질 수 있으며 다른 하나는 껍질 아래에 전자가 있다는 것이라네. 둘 중 하나라도 사실과 다르면 자네 주장은 허구가 되는 것인데 지나치게 무모하지 않은가?
학생: 물이 퍼져야 한다는 결과에 맞추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딱히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가령 산화알루미늄은 조직이 치밀해서 표면만 산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사례로 보아 이산화티탄도 표면만 산화되었으리라고 추정했습니다.
교수: 선례가 있다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러나 껍질이 벗겨진다는 얘기는 아무래도 화학적이라기보다는 물리적인 표현이 아닌가?
학생: 제가 실수했습니다. 껍질이 녹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
교수: 자네를 괴롭게 하고 싶지 않지만, 티탄과 산소의 결합은 아주 강해서 물이 이 결합을 끊을 수도 없고 티탄의 입장에서는 산소와 헤어진 후 산소와 결합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싶네. 그냥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산화알루미늄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거기에 전자가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냥 철판의 표면에 물방울을 올려도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겠군.
학생: 비가 온 날을 기억해보면 철판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교수: 그런가? 그렇다면 사례마저 없는 상상인 셈인데, 유추의 근거조차 없으니 다음부터는 논하지 말게.
학생: 예.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는데요. 티탄이 산화물이 되면 6족 원소인 산소와의 결합으로 인해 부분적으로 양전기를 띠지 않을까 싶고요, 이 양전기에 물 분자가 이끌리면 물방울이 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햇빛은 물의 온도를 높여 수소결합을 깨거나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요.
교수: 신중한 추론이군. 타당성도 높아 보이고. 하나를 지적받으면 이내 개선된 모습을 보이니 흐뭇하네. 그러면 자네 제안의 논리적 약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학생: 음, 티탄의 양전기가 물 분자의 극성보다 강해야 한다는 것인데, 산화알루미늄조차 그럴 것 같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주기율표를 근거로 짐작해도 티탄이 알루미늄보다 더 양전기를 띨 것 같지 않거든요.
교수: 끝으로 질문 한 가지 더 받게. 논제로 보아 답변의 내용은 표면장력의 정의부터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하는데, 물방울이 구를 이루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보게. 또한 물방울의 온도를 높이면 어떤 현상이 예상되는가?
학생: 분자 간의 인력으로 인해 표면을 줄이려는 힘이 발생하는데요, 이를 ‘표면장력’이라고 부릅니다. 기하학적으로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가장 작은 입체가 구입니다. 지적하신 온도는 표면장력을 낮출 것이라고 봅니다. 수소결합은 표면장력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데요, 온도가 올라갔기 때문에 수소결합이 줄거나 약화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물 분자의 열적 운동이 강화되니까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교수: 좋은 분석이네. 논리적 사고의 뿌리는 분석적 자세라고 하더군.
수학적 사고를 통한 과학 원리 증명
페르마가 어떻게 스넬을 구원했는가
《이 코너를 효과적으로 공부하려면 2009학년도 성균관대 모의논술 문제3-ⅰ 기출문제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해당 대학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 전자의 파동성: 반사의 법칙<파동의 일반성질<간섭<굴절 순 출제비중 높아
파동에 관련된 논제는 지난 몇 년 동안 대입 논술에 자주 등장했다. 파동 관련 논제들은 편의상 간섭, 굴절, 반사, 이중성, 파동의 일반 성질, 빛의 성질 등 몇 개의 키워드로 분류될 수 있다.
출제 빈도가 높은 순으로 공부한다고 하면 ‘굴절’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고전적인 논제로는 △굴절을 고려한 지진파의 예상 경로에 관하여(연세대 2008학년도 수시2-2 의치계열 문제2-2(b)) △아스팔트 위에 신기루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경북대 2009학년도 모의 논술고사 물음3, 건국대 2008학년도 수시2 문제1-3) △물속에서 사물을 또렷하게 볼 수 없는 이유(한양대 서울 2008학년도 수시2-Ⅱ 문제4-(1)) △공기의 밀도가 변하거나 구성 성분이 달라지면 소리의 굴절은 어떻게 변하는가?(고려대 2008학년도 수시2 문제Ⅲ, 문제Ⅳ) △색수차 현상의 원인(연세대 2008학년도 논술 2차 예시 문제2-(1)) 등이 출제되었다.
학생들은 대개 굴절 현상을 ‘스넬의 법칙’으로 이해하는데, △페르마의 원리로부터 스넬의 법칙을 유도하는 문제(성균관대 2009학년도 모의논술 문제3-ⅰ) △스넬의 법칙을 활용하여 전반사 현상을 정량적으로 나타내기(건국대 2008학년도 수시2 문제1-1) △전반사를 일으키는 임계각을 두 속도의 함수로 표현하는 문제(인하대 2008학년도 3차 논술모의 논제3) 같은 다소 이론적인 논제도 출제되었다.
그 외에도 학생의 응용능력을 요구하는 논제로는 연속적으로 변하는 굴절률을 다루는 사례가 있다. △평판 유리가 렌즈처럼 빛을 모은다면 굴절률의 변화량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한양대 서울 2008학년도 수시2-Ⅱ 문제4-(2)) △음의 굴절률을 갖는 렌즈의 상이 맺히는 위치나 굴절률이 연속적으로 감소하는 조건에서 전반사가 일어나는 위치(건국대 2008학년도 수시2 문제1-2, 문제1-4)와 같은 문항이 그것이다.
‘간섭’도 중요한 키워드이다. 간섭 현상은 전통적으로 영의 실험을 기초로 공부해야 하는데, ‘건국대 2009학년도 논술 예시 문제1’에서는 빛 대신 소리를, ‘성균관대 2008학년도 정시 문제3’에서는 빛 대신 물결파를 사용하여 영의 실험을 재현하고 있다. 물론 그 목표는 영의 실험에서처럼 간섭무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간의 정량적인 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간섭이론에 따르면 만나는 두 파동의 위상차에 따라 보강간섭이나 상쇄간섭이 되는데, 위상차의 문제가 바로 ‘경로차’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경로차의 문제는 두 개의 슬릿을 통과한 각각의 빛이 스크린상의 한 지점에서 만난다고 할 때 두 경로들 간의 거리차가 파장과 어떤 관계에 놓이는가를 판단한다.
그러나 경로차와 관련한 다소 이색적인 논제로는 △이웃하는 두 결정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로차(건국대 2008학년도 수시1 문제2-3) △연속적으로 두꺼워지는 비누막이 만드는 경로차(한양대 서울 2008학년도 수시2-Ⅰ 문제4-(2))도 있다. 또한 경로차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파동이 만난다는 조건을 갖지만 그보다 많은 경우, 즉 △슬릿의 수를 늘리면서 슬릿의 간격을 좁힐 경우 간섭무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한양대 2008학년도 모의논술Ⅱ 문제2-(1), (2)) △3개의 음원이 만드는 보강간섭의 위치(건국대 2009학년도 논술 예시 문제1-4)도 출제되었다.
빛을 포함한 파동의 일반 성질도 입시 논술에서 종종 출제되는 영역이다. △오늘날과 같은 방송통신 기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파동의 성질은 무엇인가?(연세대 2008학년도 수시2-2 의치계열 문제2-1) △음파의 도플러 현상(건국대 2008학년도 수시1 문제1-2, 1-3) △빛의 도플러 현상인 적색편이에 관련된 문제(중앙대 2008학년도 수시2-1 자연계열2 문제1-1, 1-2·건국대 2008학년도 수시1 문제1-1·서울대 2008학년도 수시2 특기자 전형 지학 문제1, 문제3) △전파 망원경을 크게 만들 수밖에 없는 파동의 성질(연세대 신촌 2008학년도 2차 예시 문제2-(3)) △파동의 3요소나 중첩된 파동의 분리를 가능하게 하는 수학적인 원리(서강대 2008학년도 수시2-1 문제2-(2), (3)) △물체의 색이 결정되는 원리(한양대 서울 2008학년도 수시2-Ⅰ 문제4-(1)·경북대 2008학년도 정시 물음3) 등 다양한 질문들이 있었다.
그러면 이제부터 ‘성균관대 2009학년도 모의논술 문제3-ⅰ’를 풀어보자. 논제는 ‘페르마의 원리로부터 스넬의 법칙이 성립하는 이유를 설명하시오’이다.
○ 자연현상의 원리를 밝혀주는 수학
흥미롭게도 페르마는 수학자이며 스넬은 과학자이다. 논제의 핵심은 수학적 사고를 통해 과학자의 이론이 옳음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과학적 활동은 반복적으로 현상을 관찰하여 그 현상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간의 정량적 관계를 밝히는데 주력한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활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공식이라고 불리는 정량적 관계를 얻었다고 할지라도, 그 공식이 참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는 귀납적 추리에 의존하는 모든 과학적 활동의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실험 횟수를 증가시킨다면 거의(?) 참인 결론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근사적으로 참’과 ‘불변의 참’은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과학이 추구하는 참은 불변의 참이 아니라 새로운 참에 의해 대체될 것을 기대하는 ‘임시적 참’에 가깝다.
백광현 ㈜엘림에듀 대표 집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