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0일까지 국립국악원 행사
비가 갠 23일 오전 7시 반. 서울 창경궁의 명정전(明政殿) 뒤뜰에서는 국립국악원 정악단이 주최한 풍류음악회 ‘창경궁의 아침’이 처음 열렸다.
인터넷을 통해 관람 신청을 한 150명의 가족 관람객은 명정전 뒤뜰의 처마 밑과 댓돌 등에 대나무 방석을 깔고 편하게 자리 잡았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 17명은 이날 55분 동안 ‘영산회상(靈山會相)’ 전바탕을 연주했다. ‘영산회상’은 조선 선비들의 풍류문화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곡. 바람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를 닮은 이 음악은 ‘상영산’ ‘중영산’ ‘세영산’의 한없이 느린 가락으로 시작하다가 점점 빨라져 ‘타령’ ‘군악’ 부분에선 흥취와 힘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른 아침 시간대라 나이 든 어르신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30, 40대 관객들이 대부분이었고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관람객도 많았다.
인천 부평구에서 초등생, 중학생 자녀와 왔다는 한현수(48) 씨는 “경치 좋은 궁궐에서 전통음악을 들으니 아이들도 호기심을 갖고 듣는 것 같다”며 “일상에 젖었던 한 주일간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관객 중에는 눈을 감은 채 명상을 하거나, 가락에 몸을 흔들며 감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철호 국립국악원장은 “조선의 선비들은 새벽에 새소리가 들릴 때 독서를 하고, 마음을 맑게 해주는 거문고 한 자락을 타며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형 일상’을 살았다”며 “도심 속 궁궐에서 아침의 신선함을 만끽하는 음악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창경궁의 아침’은 9월 20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7시 반에 열린다. 관람 신청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ncktpa.go.kr)에서 접수한다. 선착순 500명 무료 관람. 02-580-304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