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캠프는 여성 리더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경력 개발과 리더십 증진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었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의 여성 컨설턴트 5명이 컨설팅을 맡았다. 올해는 서울대를 포함해 17개 대학, 57명의 여학생이 참가했다.
이들은 사회자 송지혜(33·여) 베인&컴퍼니 이사가 “30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당신의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표정은 사뭇 진지했지만 대체로 난감한 표정이었다.
송 이사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은 미래의 경력 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펜을 들었지만 쉽게 칸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미래에 나는 어떤 개인생활을 하고 있을지, 어떤 가정을 꾸리고 있을지’에 대해 답안을 비워 둔 학생이 많았다.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3학년 김동희 씨는 인생 설계를 발표하며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 계획은 없었다.
베인&컴퍼니 이동길(32·여) 컨설턴트는 “졸업하자마자 영화평론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경력을 쌓을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영화 관련 기업에 들어가 홍보업무부터 할 수도 있고 기자처럼 글을 쓰는 일부터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많은 학생은 자신의 궁극적 목표가 ‘최고경영자(CEO)’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어떤 분야의 CEO가 되고 싶은지, CEO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은 없었다.
이 컨설턴트는 “구체적 계획 없이 내 꿈이 CEO라고 말하는 것은 어린애들이 ‘대통령 될래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