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여인들의 전통 차 문화 알리기 35년
청소년 무료강습에 美-中 등 해외 홍보도 활발
인천시가 2002년 무형문화재(제11호)로 지정한 규방다례(閨房茶禮) 기능보유자인 이귀례(79·여) 씨는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로 통한다.
규방다례는 조선시대 여인들이 이웃이나 친지를 초청해 다회(茶會)를 베풀던 의식과 절차를 계승한 것.
이 씨는 사재를 털어 세운 규방다례보존회 다도교육관과 다기전시관에 나가 시민들에게 차 문화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그가 차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이들 시설을 세우게 된 동기는 조선시대 동학농민운동에 참여한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그는 “할아버지는 친구들이 집에 오실 때마다 항상 어린 나를 불러 차를 대접하게 해 차 예절을 익힐 수 있었다”며 “커피에 밀려 잊혀져 가는 한국의 전통 차 문화를 계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차 용어집-영상물 제작
지난해 한국차문화협회 이사장에 취임한 이 씨가 차 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은 1973년부터다.
당시 성균관 유학당에서 다례법(茶禮法) 등을 포함한 차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듣기 시작하며 한학자를 찾아다녔다. 차 문화의 고전으로 통하는 다경(茶經)을 비롯해 다신전(茶神傳) 동다송(東茶頌) 등을 구입해 번역해 가며 공부했다.
“선조들은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때 반드시 자신이 먼저 맛을 보고 차가 괜찮은지 살펴본 뒤 권했어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선조들의 정신이 차 문화에 깃들어 있는 것이죠.”
1979년 한국차문화협회의 모체인 ‘한국차인회’를 결성한 그는 1982년 인천지역 여성들에게 차 문화에 대해 교육했다. 중고교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무료 다례강습회도 개최했다.
지금까지 이 씨와 그의 제자들이 가르친 청소년만 20만 명이 넘는다.
또 그는 ‘현대 차 생활 용어집’을 발간한 데 이어 전통 차 예절을 교육하는 영상물을 만들어 보급했다.
○ 세계에 알리는 차 문화
그는 차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민간 외교사절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5년 독일을 시작으로 미국(1996년), 인도(1997년), 중국(1999년) 등 15개국에서 국제 차 문화 교류전을 열었다.
그는 주한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대사관과 영국대사관의 요청에 따라 차 문화 특강에 나섰으며 부인들의 모임인 ‘국제부인회’ 등에 참석해 차 문화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차 문화를 국내외에 보급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다. 2003년에는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선정하는 제35대 신사임당으로 추대됐다.
현재 인천지역 공·사립 박물관, 미술관 모임인 ‘인천박물관협의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도시축전에 500여 명의 전국 차 예절 사범을 참가시켜 외국인들에게 차 문화를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차 예절 익히고, 다기도 감상하고
인천 남동구 구월동 규방다례보존회 다도교육관에서는 무료로 차 예절을 교육한다.
서울 마포구 도화2동 한국차문화협회(02-701-0475)에서도 교육하며 전화로 예약하면 된다.
일반 강좌(3개월 과정)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반∼낮 12시 열린다. 전문 사범을 양성하는 강좌(2년 과정)는 매년 9월 개강하며 한 달에 2회 강의한다.
다기전시관에서는 자연과 동물 등을 소재로 만든 다기를 감상할 수 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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