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 아파서 학교 못가겠어!”
방학 내내 멀쩡히 잘 놀던 아이가 개학을 앞두고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얼굴을 찡그린다. 밥도 잘 안 넘어가는지 숟가락을 드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사소한 일에도 곧잘 짜증을 부린다. 시간이 갈수록 학교에 가기 싫다며 예민하게 굴더니 개학날엔 급기야 울음을 터뜨린다. 방학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엄마는 애가 탄다.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8월 말 여름방학을 마치고 2학기를 시작한다. 한껏 느슨해졌던 몸과 마음을 규칙적인 학교 시간표에 맞춰 다시 조여야 하는 학생들에게 개학은 ‘끔찍함’ 그 자체다. 방학후유증을 없애고 빨리 2학기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일주일 단기 계획 세우기
대부분의 학생이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 동안 방학후유증을 겪는다. 방학 동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했던 학생일수록 방학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은 더 크다. 등교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것부터 수업시간에 책상 앞에 진득하게 앉아 있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이러다 보니 개학 후 학교에서는 지각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수업시간에 졸거나 산만한 학생이 태반이다. 방학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면 성적은 물론 학교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빨리 적응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언정(39·경기 고양시 덕양구) 주부는 학기 초마다 방학후유증 극복을 위한 단기 생활계획표를 세워 효과를 봤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오후 10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을 제 1 원칙으로 삼고 생활습관부터 바로잡았다. 장수풍뎅이 기르기나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 잎 모양이 변하는 미모사 관찰하기 등 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활동을 기상 시간대에 배치해 일찍 일어나도록 유도했다.
하루 일과는 개학 첫날 나눠주는 주간 계획표를 기본 틀로 삼고 방과 후 시간은 학원 공부시간으로 채워 넣었다. 방학 때 다니던 학원은 자녀와 충분히 상의한 뒤 계속 다닐 학원만 골라 수강신청 하고, 하교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갈 수 있도록 수업시간을 조정했다. 이 씨는 “방학 동안 굳어진 생활패턴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우므로 변화를 위한 단기 계획을 세워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경희(33·서울 노원구) 주부는 목표의식을 자극하는 방법을 통해 6학년 딸의 방학후유증 극복을 도왔다. 안 씨는 개학과 동시에 딸에게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과 2학기 목표 성적을 크게 적어 책상 앞에 붙이도록 하고,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하거나 짜증을 부리면 장래 희망에 관련된 책을 사주거나 영화를 보여주며 격려했다.
흐트러진 생활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책상 적응훈련’도 빼놓지 않았다.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책상 앞에 앉아서 하도록 지도해 30분 이상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 안 씨는 “학기 초마다 개학 적응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이젠 방학후유증이 일주일도 안 간다”고 말했다.
책상 적응훈련은 저학년생일 경우 주어진 과제를 다 마칠 때까지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도록 ‘수학 문제집 두 쪽 풀기’ 식으로 구체적인 학습량을 정해주는 것이 좋다. 고학년생일 경우엔 30분 이상 책상 앞에 앉아있도록 시간을 정해두고 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등교거부증’을 없애라
방학후유증이 심한 학생은 머리카락을 쥐어뜯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자녀가 ‘등교거부증’을 보이면 다그치지 말고 학교생활에서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거나 자신의 학창시절 경험담을 들려주며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저학년생이라면 새로운 기분으로 등교할 수 있도록 필통이나 공책 등 학용품을 바꿔주는 것도 방법이다. 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이 들어간 종이로 함께 교과서를 포장하고, 목차와 사진들을 훑어보며 관련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관심을 유도해보자.
학교에 갔을 때 당황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알림장을 확인해 준비물과 숙제를 챙겨주고, 담임교사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1학기 때 친했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놀 수 있도록 준비해 주는 것도 방법.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고학년생이라면 한 달 동안은 다니던 학원을 모두 끊고 학교생활에 전념토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교과서에 실린 이야기의 전문이 담긴 단행본을 사주어 학습의욕을 높이는 것도 좋다. 선행학습은 강요하지 말고, 시중에 나와 있는 기초단계의 문제집을 한 권 사 하루에 몇 쪽씩 정해두고 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한우리독서논술연구소 이유미 연구원, 서울 영화초등학교 이현진 교사>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