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뒤, 8년뒤 올림픽은 어쩌려고… ‘메달 떡잎’이 줄고 있다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7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연중은 펜싱 명문이다. 원우영, 김운성 등 국가대표 선수를 여럿 배출했고 2002년부터 소년체전 남자 중등부 단체전에서 7연패를 했다. 그러나 이 학교 유오형 체육교사는 내년 대회가 걱정이다. 4년 동안 선수가 20명에서 8명으로 줄었기 때문.

유 교사는 “당장 출전할 선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내부 경쟁이 사라져 경기력까지 떨어지는 게 큰 문제”라며 “이런 추세라면 존폐의 위기감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펜싱은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기대주 종목 중 하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현희 선수가 은메달을 땄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김영호 선수가 금메달, 이상기 선수가 동메달을 수상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종합 7위의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앞으로 10년 이후에도 이 같은 성적을 이어갈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메달 종목 선수들의 산실인 학교 운동부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한국초중고선수 현황에 따르면 2003년 이후 5년 동안 대부분의 종목에서 선수가 줄었고, 이는 비인기종목에서 특히 심했다. 육상은 21%, 레슬링은 16%, 양궁은 6%, 유도는 7%가 줄었다. 30대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력인 여자핸드볼도 중고교 선수가 매년 10%씩 줄어 신진 유망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메달 종목의 ‘올림픽 꿈나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요인은 저출산이다. 대부분 한두 명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제는 힘들고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운동에 자녀가 매진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자녀를 운동선수로 키우려는 학부모들이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에만 관심을 갖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육상 등 기초 종목에서 활약하던 선수가 부모의 뜻에 따라 축구나 야구 등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교 운동부의 선수 지도 방법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체고의 이병호 교사는 “사회 분위기가 개인의 개성과 행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학교 운동부는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포츠 정신을 길러야 할 소년체전이 교육청이나 시도 간의 치열한 전쟁터가 되고 있다”며 “어린 선수들이 결과에만 집착하며 지나친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도리어 선수 생명을 단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운동부를 심리적으로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운동부에 가입하면 운동에만 전념해야 하고 해당 종목 선수로 인생의 진로가 결정된다는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

단국대 생활체육학과 강신욱 교수는 “운동선수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조사 결과, 유명 프로선수를 매력적으로 인식하지만 학교 운동부 선수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이었다”며 “이는 운동부 생활에 대해 스파르타식 훈련과 불안한 미래 등과 같은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또 “비인기 및 기초 종목은 운동부가 유일한 선수 양성 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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