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는 지금 ‘벌초 시즌’

  • 입력 2008년 8월 29일 07시 31분


“벌초는 고향을 떠나 생활하던 후손들도 동참하는 친척 최대 행사예요. 사정이 있어 불참해도 친척 어르신들의 불호령이 떨어질 정도로 중히 여깁니다.”

제주 서귀포시 대포동 원모(44) 씨는 24일 벌초를 마쳤다. 추석 1∼3주 전 제주지역 들판은 ‘윙윙’거리며 풀을 베어내는 예초기 소리로 귀가 따갑다.

조상 묘를 다듬는 후손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낫이 잡힌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후손들이 조상 묘의 풀을 베어내며 음덕을 기리는 ‘벌초 시즌’이 시작된 것.

서울에서 내려온 현모(70·여) 씨는 “고향을 떠난 지 오래다 보니 자식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묘를 모른다”며 “뿌리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제주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는 음력 8월 1일을 전후해 조상 묘를 벌초하는 풍습이 내려온다. 이 시기에 벌초하면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

멀리 일본에서도 후손이 찾아온다. 제주시 연동 김모(67) 씨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운영하던 갈비 집을 접고 4년 전 영구 귀국했다. 조상을 모시기 위한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벌초는 가까운 친척끼리 하는 ‘가족벌초’와 문중 전체가 참여하는 ‘모듬(합동)벌초’로 나뉜다. 추석 이전까지 모두 마무리된다.

벌초를 직접 못하는 후손을 위해 지역농협 청년부 등에서는 묘 1기에 3만∼5만 원의 비용을 받고 벌초 대행을 한다. 수익금은 불우이웃이나 학생을 위해 쓰인다.

31일에는 벌초가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벌초 귀성객’으로 벌써부터 제주 출발 항공권은 바닥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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