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측 “철저한 실기 교육 다른 대학과 차별화”
출범 15년을 맞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전국 예술대 측과의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정재형(영화영상제작학과) 동국대 교수는 3일 문화미래포럼과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회가 주최하는 심포지엄 ‘예술교육,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발표 예정인 주제발표문에서 “설립 취지에서 벗어난 한예종의 운영은 국내 예술교육 정책의 실패작”이라며 “한예종의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예종이 설립된 취지는 예술대가 하지 못하는 특수하고 작은 범위의 교육을 맡게 하자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음악원을 시작으로 미술원, 영상원 등 5개원이 무더기로 개원한 데 이어 대규모 종합대학처럼 통합교육과정, 예술경영과정, 아시아동반자사업 등 지나치게 확장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지난 15년간 차별화되지 않은 한예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 예술대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예종은 각종 콩쿠르나 영화제 등에서 입상하거나 각종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기존 대학과 경쟁이 되는 실적이지 차별성은 없는 것”이라며 “예술종합학교의 시스템을 해체하고 음악, 무용, 전통예술 등의 영재교육 등에만 집중하는 개별 단일학교로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예종 측은 “15년간 한예종은 ‘학벌’ ‘간판’ ‘이론’ 중심의 국내 예술계 풍토를 바꾸면서 세계적인 스타 예술가를 배출하는 성과를 낳았다”며 “이러한 성과를 시기하는 예술대 측에서 현실과 다르게 왜곡한다”며 반박했다.
박종원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교수는 “한예종의 교육이 차별성이 없는 게 아니라 실기 중심의 학교로 설립된 한예종의 성과를 본 다른 예술대들이 벤치마킹하다 보니 비슷해 보이는 것”이라며 “일반 교양과목과 이론과목을 들어야 하는 여타 예술대와 한예종의 수업 방식은 여전히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협동과정’ 등 전공 확장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현재 문화는 여러 장르가 혼합되는 통섭(統攝)이 강조되고 있으며 매니지먼트 부분이 떠오른다”며 “15년 전 설립 당시와 다른 환경에 맞추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