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 성적은 공부 양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물리교육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상우(19·사진) 씨는 “자신만의 올바른 공부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생각하지만 성적이 계속 오르지 않을 때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올바른 공부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이때는 다른 우수한 학생들의 공부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자신에게 적용해 보는 것도 좋다.
○ 1단계: 학습지와 수학·과학역사책으로 원리를 이해한다
중고등학교 내내 전교 5위권 성적을 유지했던 김 씨. 그는 공부 잘하는 비결을 ‘원리이해’라고 정의한다. 원리만 알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원리이해 위주의 공부를 과연 ‘어떻게’ 할 것이냐다.
김 씨가 원리이해 중심의 공부를 처음 접한 건 5세 때 학습지를 통해서다. 중학교 1학년까지 9년 동안 매주 ‘재능수학’ 학습지를 공부했다. 원리를 먼저 이해한 뒤 사고력 문제로 난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며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원리이해 학습의 효과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더 크게 나타났다. 수많은 문제를 풀던 중고등학교 때와 달리 한두 문제를 심도 있게 해결해야 하는 대학 과정에서 김 씨의 실력은 더욱 빛났다.
학습지로 원리이해의 중요성을 깨달은 김 씨. 그는 “중학생이 돼서는 교과서 외의 다양한 책을 읽은 것이 공부에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수학 과학 등 과목별 역사를 설명해주는 책을 추천했다. 이런 책에는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과 공식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거쳐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됐는지를 이해하는 동시에 한 과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 책을 꾸준히 읽으면서 원리를 이해하자 공부에 대한 재미도 커졌다.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이런 종류의 책이 가진 단점은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중학교 1학년 때 김 씨는 ‘전부를 알려하기보다는 단 하나의 이론이라도 완벽하게 이해하자’는 생각으로 이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려운 내용은 과감히 넘어간 것이 고등학교 때까지 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읽을 수 있었던 비결.
“배운 내용을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진짜 지식이다”고 강조하는 김 씨. 그는 습득한 원리를 평소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직접 접목해 본다. 예를 들어 바닷가에 놀러가 파도가 치는 장면을 볼 때도 과학상식을 떠올린다. ‘바람이 늘 바다에서 육지로 부는 건 아닌데도 파도가 늘 육지 방향으로 치는 이유는 물의 깊이에 따라 파도가 굴절되기 때문이야’ 하고 말이다.
○ 2단계: 문제집 한 권을 10회 이상 푼다
김 씨는 “원리 위주로 공부했더라도 실제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문제집 한 권을 사면 10회 이상 반복해 푼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풀었던 문제집은 3학년이 되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때까지 반복해 보았을 정도. 문제집마다 문제유형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한 권만 제대로 공부해도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김 씨의 지론이다.
문제집을 반복해 공부할 때는 쉬운 문제라고 해서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처음엔 쉽게 풀었던 문제도 다시 풀어 몸에 익히지 않으면 나중에 계산이 잘 안되거나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김 씨는 문제집의 모든 문제를 10회 이상 빠짐없이 반복해 풀었다. 사소한 실수도 하지 않을 때까지 해당 문제에 완전히 익숙해지도록 말이다.
틀린 문제는 끝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그래도 정답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다른 과목을 공부하거나 몇 시간 쉬었다가 다시 같은 문제를 풀어보며 다각도로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끝까지 풀 수 없는 문제는 해답을 참고하지만, 문제 푸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익힌다.
○ 시간 안배가 성과를 좌우한다
오랜 시간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은 자신이 공부하는 시간과 분량을 과목별로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김 씨는 매일 수업이 끝나면 그날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 시행착오를 거쳐 깨달은 것은 하루에 전 과목을 골고루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연계 과목을 잘했던 김 씨였지만, 취약한 인문계 과목을 보충하느라 하루라도 수학, 과학 공부를 소홀히 하면 문제를 푸는 감이 떨어졌다고 한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공부한다.
과목별로 공부시간을 조절하고 비중에 차이를 둬야 한다. 김 씨는 하루 총 4시간의 공부시간 중 주력과목인 수학과 과학에 2시간, 부족한 언어과목에 1시간 10분, 외국어에 50분 등으로 시간을 배분했다. 이런 원칙에 따라 과목별로 시간 안배를 하니 전 과목 성적이 우수했다.
서울대에 입학한 김 씨. 하지만 공부하기가 싫어 힘든 시기를 거치는 건 그도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고등학생이 되자 시험 점수에 지나치게 연연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김 씨는 ‘나 스스로를 점수라는 테두리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 자체를 즐기자”고 되뇌었다.
공부를 즐기는 자세는 ‘이 문제를 왜 풀어야 하지?’란 생각보다는 ‘이 문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교과서나 문제집에 한정된 공부보다는 책과 일상생활로 공부의 범위를 확장시키면서 학습내용을 자기의 진짜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