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학원장, 폭력시위꾼…‘아고라 독설가’의 삼중생활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권태로운 창’이라는 ID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관련 토론을 이끌면서 시위대의 폭력을 옹호해 논쟁을 일으킨 누리꾼 나모(48·학원 원장) 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나 씨에 대해 차도점거 등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나 씨는 5월 이후 아고라에 400여 건의 글을 올려 쇠고기 관련 토론을 주도하고,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집회 장소와 시위방법을 전파하면서 누리꾼 사이에서 사실상 리더로 활동했다.

나 씨의 글은 처음에는 주로 386세대의 시위 참가를 독려하는 내용이었지만, 이후에는 ‘나긋한 목소리로 구호나 외치며 놀이 하는 건가. 전투적인 전위조직이 필요하다’며 폭력시위를 선동하는 쪽으로 흘러갔다. 그는 화염병을 만들자는 과격한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나 씨는 이날 발간된 ‘창작과 비평’ 2008년 가을호에 ‘이것이 아고라다’라는 글을 싣고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학생운동 전력을 거론하면서 “80년 서울역 회군을 결정해 민주화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난했다.

심 의원은 해당 잡지에 대해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나 씨와 출판사를 고소한 상태다. 나 씨는 오프라인에서도 불법시위를 주도했다. 그는 5월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아고라 회원 200여 명을 이끌고 차도점거를 처음으로 주도한 이래 40여 차례에 걸쳐 불법집회를 주최했다. 그는 지난달 17일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시위에서는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한편 나 씨가 운영해 온 서울 동작구 상도동 G속독학원은 이날 강의실 3개가 모두 텅 비어 썰렁한 분위기였다. 강사를 고용하지 않고 혼자 강의를 맡아 온 나 씨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불가피하게 휴강한 것.

인근 학원 관계자는 “나 원장이 내게도 촛불시위에 나설 것을 권유했지만 부담스러워 참여하지 않았다”며 “그가 시위에 열심히 참여하는 줄은 알았지만, 아고라에서 리더 역할을 했다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나 씨는 ‘씽쌩이의 강물여행’, ‘방귀버스와 우르릉 산성비’ 등을 쓴 동화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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