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문을 연 지 2년.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았지만 양심과 믿음이 아직도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무인카페를 운영하는 이병형(56·사진) 씨. 나그네, 관광객이 쉴 만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쓰러져 가는 집을 고쳐 2006년 5월 카페를 열었다.
이 씨는 “오래전부터 무인카페를 만들고 싶었다. 돈에 얽매여 아귀다툼을 하는 세상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난 것은 아니다’라고 소리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루 수입은 5만 원에서 많을 때는 30만 원. 카페를 운영하기에 빠듯하지만 견딜 만하다. 오후 8시부터는 이 씨가 색소폰 연주로 감미로운 선율을 선사한다.
손님들이 남긴 메모지가 수천 장에 이른다. 감동과 감사의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자식이 생기면 함께 오겠다는 내용도 많다. 이 씨는 “메모를 모아 때가 되면 책으로 펴낼 생각”이라며 “그들이 표현한 ‘사막의 오아시스’로 오랫동안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음악으로 성공하기 위해’ 고향인 강원 횡성에서 무작정 상경했다. 눈동냥, 귀동냥으로 음악을 익히며 밴드생활을 했다. 그룹 ‘사랑과 평화’의 초대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가수 서유석 씨가 부른 ‘황소걸음’의 작사, 작곡자이기도 하다.
음악을 하면서 인테리어 기술을 익혔다. 사업 실패 등으로 아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제주에 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90m² 면적의 아담한 무인카페를 지으며 그동안 익힌 손재주를 맘껏 활용했다.
이 씨는 안정을 되찾았다. 아들(28)과 함께 보컬그룹 ‘5월의 꽃’을 구성해 내년 봄 데뷔할 생각이다. 이 씨는 “무인카페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설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지만 아늑한 옹달샘인 무인카페는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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