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점검/애물단지 된 인천 TV드라마 야외세트장

  • 입력 2008년 9월 3일 06시 29분


관광객 발길 ‘뚝’… 운영비도 못건져

인천시가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며 2005년부터 앞 다퉈 유치했던 TV 드라마 야외세트장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시는 최근까지 중구와 옹진군 섬 지역에 모두 27억 원을 지원해 야외세트장 4곳을 유치했으나 드라마가 종영된 뒤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수익은커녕 시설 운영비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

시가 2005년 7억8400여만 원을 지원해 옹진군 북도면 시도리에 설치한 드라마 ‘슬픈 연가’ 야외세트장이 대표적이다. 이 세트장에서 군은 지금까지 수익을 한 푼도 얻지 못했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에게서 받은 입장료는 모두 위탁관리업체의 인건비와 시설 유지관리비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

지난해 9억 원을 지원해 중구 무의동에 세운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 야외세트장도 마찬가지다.

중구는 드라마가 종영된 뒤 위탁관리업체와 입장료를 나누기로 계약했으나 5, 6월 구가 받은 수익은 90여만 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세트장은 드라마 주 촬영장으로 사용했던 본동과 숙박이 가능한 펜션동(12실)을 갖추고 있지만 건립 당시 가설건축물로 지어 현행법상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세트장 주변에 재난기금 2억 원을 들여 축대를 쌓고, 쉼터 조성을 계획해 비효율적인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구는 관리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세트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옹진군은 시비 10억 원을 지원받아 2006년 북도면 신도에 건립한 드라마 ‘연인’ 야외세트장의 운영을 놓고 고민 중이다. 지난해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 관광객이 눈에 띄게 줄어 자칫 다른 세트장과 같이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구 무의동 주민들이 2004년 건축비 등 3억 원을 들여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을 유치했지만 가설건축물 설치허가를 받지 못해 이에 따른 부담금을 내고 있다.

이처럼 야외세트장이 애물단지가 된 이유는 시가 유치에 앞서 장기적인 활용계획을 세우지 않고 마구잡이로 유치해 지역 이미지를 알리는 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야외세트장에 하루 평균 5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자 시는 재정지원을 늘려 더 많은 야외세트장을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시는 드라마가 끝난 뒤 이들 시설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돼버렸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야외세트장의 대체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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