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선 마땅히 먹을 만한 음식이 없어요.”(정부대전청사 고위 공무원) “외지에서 손님이 와도 모실 곳이 마땅치 않아서….”(대덕특구 내 벤처기업가) 대전이 먹을거리, 먹을 곳, 먹을 정보가 부족한 ‘음식 3무 지대’라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일고 있다.》
▽‘6미(味) 3주(酒)’는 어디에=대전시는 2001년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 6가지를 선정했다. 설렁탕과 돌솥밥, 삼계탕, 숯골냉면, 대청호 민물고기매운탕, 구즉 도토리묵이 그것.
하지만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대표성을 띤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평양·함흥냉면과 달리 닭육수와 동치미를 사용해 차별성을 보이며 50년 역사를 유지했던 숯골냉면도 겨우 한 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내 한 정부출연기관장은 “설렁탕과 돌솥밥, 삼계탕이 어찌 대전 음식이냐”며 “대전만의 대표적 음식 개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동춘당 국화주, 구즉 농주-황화주, 대청 참오미자주 등 대전시가 선정했던 ‘대전 3주’도 이미 종적을 감췄다.
전문가들은 두부두루치기 등 대전에서 특별히 대중화된 메뉴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대표음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효 대전시장도 대표 음식 개발을 위한 시민 공모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땅찮은 먹을 곳=대전시에 따르면 2008년 6월 현재 대전시내 외식업체는 2만7850여 개. 2년 전보다도 무려 23.5%나 늘었다. 이는 최근 20년 평균 국내 증가율 0.54%에 비해 무려 50배나 높은 것. 인구 80명당 1곳꼴로 200∼300명당 1곳꼴인 외국은 물론 인천, 광주, 대구 등 타 지역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마땅하게 먹을 곳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식당들이 대부분 영세하고 특성화되지 않았기 때문. 대전시의 유일한 식품기술사인 김현근 보건담당은 “사전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개업하는 바람에 결국 공멸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진입을 제한하고 특성화, 전문화, 고급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감한 먹을 정보=지난해 12월 대전시는 대전지역 맛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대전의 맛’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곳이 식당업주들의 홍보마당으로도 활용되는 바람에 객관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
또 매년 20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책자도 5000여 권 발행하고 있으나 시민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다.
우송 외식조리아카데미 정영우(외식조리학과 교수) 원장은 “국제적인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그 도시의 역사, 문화가 담긴 음식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정책을 통한 식품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