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고경택 박사팀에 주어진 미션이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건축 기본재료인 콘크리트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80% 정도는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발생한다. 하지만 콘크리트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8%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2일 고 박사팀은 이산화탄소를 아예 배출하지 않으면서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일명 ‘제로 콘크리트’. 화력발전소에서 타다 남은 석탄재와 제철소에서 나온 불순물(고로슬래그)을 절반씩 넣고 물 자갈 모래와 섞어 만든다.
기존 콘크리트 제조과정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시멘트가 빠졌다는 점.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시멘트 1t을 만들 때 무려 0.9t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현재 국내 시멘트산업 분야에서 5670만 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제로 콘크리트는 시멘트를 섞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제로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파트 건설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보다 강도가 2배 이상이고 굳는 시간은 대폭 짧아졌다는 장점도 있다.
고 박사는 “국내에서 시멘트로 만드는 기존 콘크리트를 모두 제로 콘크리트로 대체하면 한국의 숲이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인 3330만 t의 약 1.7배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금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symbio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