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위장 남파간첩 원정화(34·여) 씨 사건과 관련해 수원지검과 경기지방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국가정보원으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는 원 씨의 계부인 김동순(63) 씨를 국가보안법상 편의 제공,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간첩 미수 등의 혐의로 4일 구속 기소했다.
합수부는 김 씨가 북한 노동당 당원이면서 북한 인민군 정찰국 소좌(한국군의 소령) 출신이라는 점에서 원 씨보다 더 중요한 임무를 띠고 국내에 들어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씨가 계속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의 조사결과 원 씨와 마찬가지로 김 씨도 황장엽 씨의 소재 파악에 상당히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12월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통해 탈북자로 위장하고 한국에 들어온 김 씨는 올해 4월 원 씨가 황 씨의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자 “내가 알아서 찾겠다”고 말했다.
그 후 김 씨는 올해 6월 초 황 씨가 회장으로 있는 북한민주화위원 간부 이모 씨와 저녁식사를 하며 “김영남(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내 친척이라 북한의 간부급 사람들 중에 아는 사람이 많다”며 황 씨를 만날 수 있는지를 캐물었다.
올해 7월에는 ‘NK지식연대’ 학술지원팀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승낙한 뒤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이 단체에서는 9월경 황 씨를 초청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었으며, 만약 김 씨가 체포되지 않았다면 황 씨를 근접거리에서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합수부는 밝혔다.
합수부에 따르면 김 씨는 2002년 10월∼2006년 1월 중국에 머물면서 북한산 냉동문어와 옻, 고사리 등 9억7000여만 원 어치의 북한산 농수산물과 북한 작가의 그림 40여 점(6500달러 상당)을 원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원 씨가 남한에서 팔아 공작금으로 쓰도록 한 것.
김 씨는 또 2005년 원 씨의 소개로 한국 정보요원 이모 씨의 부탁을 받고 북한 청진에 있는 로켓 공장 설계도를 그려 주고는 그 대가로 위조된 한국 여권을 넘겨받았다. 그는 한국 수입업자의 부탁을 받고 중국산 상황버섯에 ‘북한산’이란 허위증명서를 발급하고 4800달러의 커미션을 받아 북한 보위부 간부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김 씨는 1966년 평양미술대학 조각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에 왕재산대기념비(김일성 빨치산 공적비)와 혁명박물관 건설공사에서 내부 디자인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2급)도 받은 예술가 출신. 1974년에는 북한 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해 당원증을 받았다.
합수부는 김 씨가 올해 4월 중국에 보관하던 당원증과 단파라디오 등을 서울의 집으로 우편택배로 보내 서울 노원구의 집에 보관해 왔다고 밝혔다.
김 씨는 당원증을 봉투에 담아 장롱 서랍 아래쪽에 숨겨놓았다가 합수부의 압수수색 때에 적발됐다. 이때 사돈 관계인 김영남 위원장의 가족사진이 발견되기도 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