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 상납 받은 경찰 명단 있다”

  • 입력 2008년 9월 5일 03시 00분


장안동 성매매업주들 단속 반발… “폭로도 검토”

사실일땐 사회적 파문… 경찰 “단속 중단 없을것”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 성매매업소들에 대한 경찰의 집중 단속이 계속되자 이에 반발하는 이 지역 업주들이 성 상납, 금품 상납을 받은 경찰의 명단이 있다고 주장하며 폭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에 대해 취임 이후 단속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동대문경찰서 이중구 서장은 “명단의 유무나 폭로 여부와 상관없이 성매매 업소에 대한 단속을 계속하겠다”고 응수했다.

업주들에 따르면 장안동 안마시술소 업주 50여 명은 2일 오후 대책회의를 열고 경찰의 단속에 대한 업주들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업주는 “경찰이 계속 몰아붙인다면 우리도 최후의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며 “정기적으로 성 상납과 뇌물을 받은 경찰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업주는 “명단을 공개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명단을 공개하자는 쪽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쪽이 나뉘어 있다”면서 “수류탄부터 핵무기까지 단계별로 대응 방침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주는 “거의 모든 업소가 경찰에게 단속 무마 대가로 수백만 원씩의 돈을 정기적으로 상납하고 수시로 회식비를 제공했다”면서 “성 상납 여부는 업소마다 다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업주는 또 “경찰 명단은 업소마다 적게는 10명 남짓,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른다”며 “10년 넘게 명단을 관리해 온 업주도 있고, 컴퓨터 파일로 정리해 놓은 업주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호객 행위와 전단 살포 행위 등을 중단하자”, “간판 네온사인도 업소마다 다시 작게 제작하자”, “경찰 명단을 공개하더라도 단계적으로 하자” 등의 의견이 오갔으며 업주들은 5일 다시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만약 ‘성 상납을 받은 경찰이 있다’는 업주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단속에 앞장서야 할 경찰이 오히려 업주들로부터 상납을 받고 성매매를 묵인해 서울 장안동을 안마시술소와 성매매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엔 동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불법 성매매업소로부터 단속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적도 있었다. 이중구 서장이 취임한 후 성매매업소 단속을 담당하는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관 10명 중 8명을 교체한 뒤 단속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한편 이 서장은 “지난해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저 사람들의 마수에 걸려든 경찰관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명단이 있다면 차라리 빨리 공개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서장은 “이로 인해 단속이 중단되거나 약해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만약 (성 상납이) 사실이라면 시도한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대문경찰서는 7월 28일부터 장안동 성매매업소에 대한 집중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은 업소 사장과 종업원 150여 명을 줄줄이 입건했고, 단속에 그치지 않고 아예 영업이 불가능하도록 업소 내에 설치되어 있는 욕조와 침대까지 뜯어내 압수했다.

경찰의 계속된 단속으로 성매매업소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영업이 힘들어진 업주들은 집단 반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영업이 어려워진 것을 비관해 업주 최모(49) 씨가 자살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안동 주민들은 경찰의 성매매업소 단속을 반기고 있다. 집중 단속 사실이 알려진 뒤 동대문경찰서 홈페이지에는 “힘들어도 끝까지 단속해 달라”는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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