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현대차 사태는 혼미 속으로 빠져들었다.
현대차 지부는 총조합원 4만4976명 가운데 4만2886명(95.35%)이 참가해 실시한 투표에서 찬성 1만6034명(37.39%), 반대 2만6252명(61.21%)으로 부결됐다고 5일 밝혔다.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기는 노조 설립(1987년) 이후 8번째며, 이번 반대율(61.21%)은 역대 최고치다.
현대차 노사는 2일 △임금 8만5000원(기본급 대비 5.61%) 인상과 성과급 300%(통상급 대비)+300만 원 지급 △내년 9월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전주공장은 내년 1월 시범실시)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노노(勞勞) 갈등’이 원인=현재 현대차 지부에는 7, 8개 현장조직이 있으며, 이들은 2년마다 치러지는 집행부 선거에서 독자적으로 또는 합종연횡을 통해 후보를 출마시키고 있다.
매년 실시되는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반(反)집행부 측 조직은 선명성 경쟁을 하며 잠정합의안 부결운동을 펼쳐왔다. 이번에도 반집행부 측인 ‘민노회’와 ‘민혁투’ ‘민주현장’ ‘현장연대’ 등이 부결운동을 주도했다.
현 집행부의 현장조직인 ‘민투위’는 2005년 지부장 선거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을 내걸고 당선된 뒤 지난해 무분규 임협 타결이라는 성과를 내고 연임에 성공했다. 현 집행부가 올해 또다시 주간연속 2교대제 등에서 성과를 낼 경우, 입지 약화를 우려한 다른 현장조직들이 반대 여론을 주도한 것. 이 밖에 임금인상액이 현대중공업 등 다른 회사보다 낮았던 것도 부결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지부는 이날 “조합원의 준엄한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8일 오전 10시 교섭단 회의를 열어 향후 일정을 정하기로 했다.
▽“수출 호재 상실” 우려=현대차 지부가 새 임협 타결 시까지 잔업과 특근을 거부키로 함에 따라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고유가로 내수 판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원화 약세로 인한 수출 호조 때문에 그나마 버티던 현대차로서는 새로운 ‘복병’을 만난 셈.
8월 수출 물량이 15만8803대로 7월(13만9771대)에 비해 13.6% 증가하는 등 현대차가 많이 생산하는 중·소형차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에 비상이 걸리게 된 것이다. 현대차 측은 “생산 차질로 베르나와 아반떼 등 소형 차종을 제때 수출하지 못하면 외국 자동차 업체들에 시장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