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로서의 업적이야 논문이 말해주겠지만 스승으로서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걸 제자들이 말해주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정년을 맞아 29년간 정들었던 강단을 떠난 성균관대 한문학과 송재소(65·사진) 교수. 송 교수는 86명의 제자들로부터 스승을 추억하는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긴 문집을 건네받고 이같이 말했다.
‘우리 선생님’이란 제목의 문집에는 송 교수가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주저 없이 ‘운동권’ 동아리 지도교수를 맡은 일, 1980년대 말 한문학 강의 도중 올림픽 개최 문제를 놓고 학생들과 찬반논쟁을 벌인 일, 담임선생님으로 불릴 만큼 제자의 공부와 연애를 직접 챙긴 일 등 사제간의 추억담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송 교수는 “제자들이 술에 걸쭉하게 취하면 연구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형, 나한테 그러는 거 아냐’라며 서운함을 털어놓을 정도로 허물없이 지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임형택(65)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는 문집 서문에서 “스승과 제자들이 동시대인으로서 기쁨과 아픔을 같이하는 공감대가 깊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자들이 준비한 정년퇴임식과 출판기념식은 6일 오후 6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조병두홀에서 열린다. 송 교수는 다산 정약용 시 연구의 권위자로 한국한문학회장(1999년)과 한국18세기학회장(2003년) 등을 지냈고 현재 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