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중요한 내용엔 반드시 밑줄… 글의 근거찾기에 집중!
비문학 제재 중 인문 제재는 역사 철학 윤리 종교 사상 심리학 등의 분야를 주제로 한 글을 출제한다. 실학자들의 글을 중심으로 한 국역고전이 출제되기도 한다. 학교 과목과 연관지어 말하자면 국사, 도덕, 전통윤리, 철학, 시민윤리, 윤리와 사상 등이다. 해마다 순환 출제되는 이들 주제의 문제는 정보의 추리와 적용, 전개방식의 파악, 세부정보의 확인 등의 유형이 많고 종종 어휘 문제가 출제되기도 한다. 글의 성격상 주장하는 글이 많아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
인문 제재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교육청 모의평가의 경우 철학, 윤리, 사상 관련 글을 중심으로 비슷한 출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역사 관련 지문인데, 이는 수능시험보다는 평가원 모의평가나 교육청 모의평가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다.
■ 인문 제재 독해의 원리
그간의 출제 경향을 보면 인문 제재는 주로 원론적인 글이 많이 출제되었다. 제재의 성격상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보편성을 추구하기 때문인지 글이 다소 무겁다. 내용의 추상성도 강해서 독해가 쉽지 않다. 인문 분야의 지문은 정보 제공보다는 논리의 전개와 관점 제시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 글을 읽을 때 논리 전개과정을 이해하고 관점의 타당성을 비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더불어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굳이 배경지식을 따라가며 익힐 필요까지는 없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윤리, 철학 등 교과서를 여러 번 정독하면 큰 도움이 된다.
인문 제재는 정보의 추리와 적용 문제가 많으므로 본문에서 근거를 찾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추론적 사고 문제를 포함해 모든 수능 문제는 제시문에 드러난 근거를 가지고 푸는 것이지만 인문 제재는 특히 이 근거 찾기가 중요하다. 반응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문제도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내용의 일치 여부 확인과 전체 논지 파악이 우선이다. 근거를 찾고 제시문과의 일치를 확인하려면 밑줄 긋기 연습이 필수다.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독해를 하면 근거도 명확히 찾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국역 고전에 대한 관심도 높여야 한다. 국역 고전은 번역문인 데다 옛글이기 때문에 낯설고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우며 글의 흐름도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붕당론(이익/1994), 원목(정약용/1995), 사변록(박세당/1996), 북학의(박제가/2003) 등 실학자들의 현실 비판적인 글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조선 후기 문학가들의 글과 태조실록(2008)에 실린 상소문 등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글을 집중해서 여러 번 읽는 방법이 가장 좋은 대비책이다. 이런 글들은 대체로 주장하는 성격의 글이므로 행간에 숨은 뜻을 발견하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 제재와는 달리 인문 제재는 원론적인 글이 많아서 시대적 흐름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그동안 출제된 지문 중 심리학 관련 글로는 느낌에 대한 철학적 고찰(2005), 꿈의 해석(2002)이 있었고, 철학 관련 글로는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2004), 맹자(2001), 플라톤의 대화편(2001), 루소의 사상(2000), 괴테가 추구한 인간상(1999), 사상의 형성 과정(1997), 과학과 철학의 속성(1996) 등이 있다.
그러면 인문 제재의 예시문제를 풀어 보자.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지문이다.
<예문>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6월 평가원 모의평가 33∼36번 지문
【 (가) 탁월함은 어떻게 습득되는가,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성의 탁월함은 가르칠 수 있지만, 성품의 탁월함은 비이성적인 것이어서 가르칠 수 없고, 훈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대답한다.
(나) 그는 좋은 성품을 얻는 것을 기술을 습득하는 것에 비유한다. 그에 따르면, 리라(lyra)를 켬으로써 리라를 켜는 법을 배우며 말을 탐으로써 말을 타는 법을 배운다. 어떤 기술을 얻고자 할 때 처음에는 교사의 지시대로 행동한다. 그리고 반복 연습을 통하여 그 행동이 점점 더 하기 쉽게 되고 마침내 제2의 천성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진실되고 관대하며 ⓑ예의를 차리게 되는지 일일이 배워야 한다. 훈련과 반복을 통하여 그런 행위들을 연마하다 보면 그것들을 점점 더 쉽게 하게 되고, 결국에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다) 그는 올바른 훈련이란 강제가 아니고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그렇게 훈련받은 사람은 일을 바르게 처리하는 것을 즐기게 되고, 일을 바르게 처리하고 싶어하게 되며,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성품의 탁월함이란 사람들이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그리고 한두 번 관대한 행동을 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늘 관대한 행동을 하고 그런 행동에 감정적으로 끌리는 성향을 갖고 있어야 비로소 관대함에 관하여 성품의 탁월함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라) 다음과 같은 예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생각해 보자. 갑돌이는 성품이 곧고 자신감이 충만하다. 그가 한 모임에 참석하였는데, 거기서 다수의 사람들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다수의 행동에 대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그렇게 하는 데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한편, 수줍어하고 우유부단한 병식이도 한 모임에 참석하였는데, 그 역시 다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에 병식이는 일어나서 다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의지를 발휘해야 할 것이고 자신과 힘든 싸움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병식이가 그렇게 행동했다면 우리는 병식이가 용기 있게 행동하였다고 칭찬할 것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성품의 탁월함을 가진 사람은 갑돌이다. 왜냐하면 [ ㉠ ]
(마) 우리가 어떠한 사람을 존경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가까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갑돌이와 같은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이 지문은 ‘성품의 탁월함’을 습득하는 방법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밝히는 글이다. 그에 따르면 성품의 탁월함은 비이성적인 것이어서 훈련과 반복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강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람들은 훈련과 반복을 통해 탁월한 성품과 관련된 행위들에 감정적으로 끌리는 성향을 갖게 돼 그런 행동을 더 쉽게 하게 되고, 또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 문단의 소주제는 ‘탁월함의 습득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가), 좋은 성품을 얻는 과정(나), 성품의 탁월함의 요건(다), 성품의 탁월함을 갖춘 사례(라),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대한 우리의 동조(마)’ 등이다. 중요 내용은 (가)∼(다)에 이미 드러나 있다. 문제를 풀어보자.
【 33.(가)∼(마)의 서술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가)는 논제를 설정하기 위해 개념을 구분하고 있다.
②(나)는 함축된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③(다)는 논점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 개념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④(라)는 논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구체적인 예화를 사용하고 있다.
⑤(마)는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논점을 실제적인 물음과 연결짓고 있다. 】
서술상의 특징을 파악하는 문제이다. (나)는 (가)에서 성품의 탁월함은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을 기술 습득에 비유해 부연설명을 하는 문단이다. 따라서 함축된 의미를 분명히 하기 위해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고 본 것은 적절치 않다. 답은 ②번이다.
【 34.㉠에 들어갈 말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그는 옳은 일을 하는 천성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②그는 주체적 판단에 따라 옳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③그는 내적인 갈등이 없이 옳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④그는 자신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옳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⑤그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의식하지 않고 옳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
㉠에 들어갈 내용은 (다)의 내용을 바탕으로 쉽게 추리할 수 있다. (다)에 따르면 성품의 탁월함은 강제가 아니고 그 자체가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라)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을 때 갑돌이는 아무 어려움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만 병식이는 자신과 힘든 싸움을 해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성품의 탁월함을 가진 사람은 갑돌이라고 했다. 이는 (다)의 내용과 관련해 볼 때 병식이와 달리 갑돌이는 내적 갈등이 없이 옳은 일을 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정답은 ③번이다.
【 35.<보기>를 바탕으로 위 글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비판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3점]
〈보기〉 어떤 행위가 도덕적인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도덕 법칙을 지키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 도덕 법칙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해도 행위자의 감정이나 욕구 또는 성향이 행위의 동기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훌륭한 행위일 수는 있어도 도덕적인 행위는 아닌 것이다.
①탁월한 성품에서 비롯된 행위는 행위자의 성향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지, 도덕 법칙을 지키려는 의지에 의해 결정된 행위가 아니므로, 도덕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
②도덕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내야 한다. 옳은 행동을 즐겨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따라서 탁월한 성품을 갖춘 사람을 찾기란 어렵다.
③행위의 도덕성은 그 행위가 얼마나 도덕 법칙에 부합하는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선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품성이나 자질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④훈련의 결과 언제나 탁월한 성품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탁월한 성품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결국 본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
⑤훈련으로 얻어지는 성품에서 나오는 행동은 대개 이성적 성찰을 거치지 않으므로, 도덕적인 행동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성품의 탁월함이란 한두 번의 관대한 행동으로 충분치 않으며, 늘 관대한 행동을 하고 그런 행동에 감정적으로 끌리는 성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보기>에서는 어떤 행위가 도덕적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의지에서 비롯되어야지 행위자의 감정이나 욕구 또는 성향이 행위의 동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따라서 <보기>를 바탕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을 비판한 것으로 적절한 것은 ①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