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LEET]논술 기출문제 유형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4분


지난달 24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한 2009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이 처음으로 실시됐다. LEET에 출제된 논술 문제의 유형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자.

문제 1) 제시문 (가)와 (나)를 논지의 차이점이 드러나게 요약하시오. (400∼500자, 20점)

【 (지문내용 요약)

(가) 인간의 의식을 뉴런들의 집합적 행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의 의식은 뇌세포 활동의 결과일 뿐이며 인간의식의 다양한 양상을 알기 위해서는 신경상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나) 의식의 문제는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로 분류된다. 쉬운 문제는 뇌 과학자들의 견해를 수용할 수 있지만 어려운 문제, 즉 의식의 문제 자체는 해결되기 어렵다. 인간의 의지 등에 대한 초월성 여부 문제는 뇌의 연구로부터 혹은 뇌와 뉴런으로 환원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

○ 해설

1번 문항은 두 제시문 각각의 핵심 논지를 요약하되 논지의 차이점에 주목해야 한다. 두 제시문은 모두 의식의 문제에서 인지 기능과 행동 기능이 신경 메커니즘을 통해 과학적으로 해명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기능 수행의 메커니즘이 밝혀진다고 해도 주관적 의식 경험의 문제는 드러나지 않은 채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는 점도 공통적이다.

하지만 제시문 (가)는 주관적 의식 경험의 문제가 해명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남겨두며 이를 위해서 먼저 신경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제시문 (나)는 이런 가능성에 대해 좀 더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문제 2) 제시문 (나)와 (다)의 주장의 차이를 밝히고, 그 중 한 주장의 논거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의 견해를 옹호하거나 또는 비판하시오.(600∼800자, 30점)

【 (지문내용 요약)

(가) 학문하는 선비들이 은거를 지향하고 현실에의 참여를 주저한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 (나) 학문 연구는 그 자체로서 완결적이며 자기충족적인 활동이다. 사회참여 보다는 지적 활동인 탐구가 가장 숭고한 인간 최고의 삶이다.

(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관조조차 인간의 삶, 특히 공동체에서 벗어나면 의미가 없다. 지식인의 학문 연구 혹은 관조 활동은 공동체의 맥락과 의무 속에서 비로소 가치를 갖는다. 】

○ 해설

2번 문제의 요구사항은 두 가지이다. 제시문 (나)와 (다)에서 드러난 주장의 차이를 밝히는 것과 그중 한 주장의 논거를 근거로 하여 제시문 (가)의 견해를 옹호하거나 또는 비판하라는 것이다.

첫 번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시문 (나)와 (다)가 ‘진정한 지식과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피력하고 있음을 파악해야 한다.

(나)는 인간의 덕성은 관조적 탐구를 통해 최고로 발휘되는데, 이때 지성과 지혜는 관조적 탐구의 기반이며 이로써 순수한 즐거움과 자기 충족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글의 지은이는 사적이고 순수한 학문 탐구를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제시문 (다)는 진정한 지혜는 공동체 및 현실에 유용한 앎으로서 순수한 탐구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제시문 (나)와 달리 사회적 의미를 가지고 실천과 직결된 지식과 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먼저 제시문 (가)의 견해를 밝혀야 한다. 제시문 (가)는 세상일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학문 풍토와 은사(隱士)임을 자처하는 학자들을 비판하는 글이다. 따라서 제시문 (가)의 견해를 제시문 (다)의 주장을 논거로 하여 옹호하거나 제시문 (나)의 주장을 논거로 하여 비판할 수 있다.

제시문 (다)에 근거해서는 지식의 사회적 유의미성과 진리의 실천적 역할, 지식인의 사회적 의무 등을 주장하면서 제시문 (가)를 옹호할 수 있다. 반면 제시문 (나)에 근거해서는 지식의 순수 학문적 차원과 사회정치적 오용 가능성, 지식인의 개인적 실존적 관심 등과 관련하여 제시문 (가)를 비판할 수 있다.

문제 3) 제시문 (가)와 (나)의 논점들을 비교하시오. 그리고 이를 참고하여 인도적 개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1300∼500자, 50점)

【 (지문내용 요약)

(가) 세계화와 국제 협력의 증가로 인해 개별 국가의 주권에 대한 전통적 개념은 점차 바뀌고 있다. 인류 전체의 이익이 바로 국가의 이익에 해당한다.

현대 시대에 맞게 '인도적 개입'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국제연합을 바꾸어야 한다. 인도적 개입을 판단하는 기준 역시 지역이나 민족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야 한다. 국제사회 공동의 이익이 곧 개별국가의 이익이기 때문이다.

(나) 국가 체제의 안정이야말로 인권의 보루다.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정치적이기 때문에 인권을 근거로 국제사회가 개입하는 것은 좋지 않다. 대부분 인권 침해는 내전과 무정부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미뤄 볼 때 인권적 가치보다는 국가 주권의 안정이 먼저다.】

○ 해설

3번 문제는 인도적 개입에 관한 상이한 견해를 담고 있는 두 제시문을 주고, 논점을 비교하며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는 문제다. 따라서 두 제시문의 논점을 비교하는 내용부터 서술해야 한다. 비교를 할 땐 차이점과 공통점을 함께 짚어주는 것이 좋다.

두 제시문 모두 인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기본적 원칙에는 동의한다. 또 지금까지 이루어진 인도적 개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는 데도 동의한다. 목표한 바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도적 개입이 국제사회의 합의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두 제시문의 결정적 차이는 인도적 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와 관계된 것이다. 제시문 (가)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실천 가능성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는다. 단지 그러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합의해야 할 내용과 합의를 위해 필요한 인식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위론적인 견지에서 인도적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제시문 (나)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당위성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실천 가능성에 주목한다. 또 국가 주권에 대한 국가들 사이의 견해차 때문에 현실적으로 국제연합의 틀 내에서는 인도적 개입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펼칠 때, 몇 가지 접근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제시문 (나)의 견해를 반박하면서 (가)의 견해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반대의 경우로 논지를 정하는 것이다.

두 가지 방식 모두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두 제시문이 각각 당위론적 입장과 현실론적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둘의 입장을 종합해 논지를 펼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방식을 택할 경우에 가능한 논지 전개 방식의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세계화와 전통적인 주권 개념의 변화, 국가 이익에 대한 새로운 이해, 인권 등 제시문 (가)의 논거를 활용해 인도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단, 인권과 주권의 관계에 대한 제시문 (나)의 견해를 바탕으로 국가 주권이 인권을 지키는 데서 수행하는 적극적 역할도 함께 거론해 줄 필요가 있다.

그 다음에는 인도적 개입을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유해야 할 인식도 거론해야 한다. 이런 당위론적 입장이 갖는 한계나 문제점을 제시문 (나)의 현실론적 입장에서 지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는 현실적으로 제시문 (나)의 결론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조순 PLS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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