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남들 다 노는 연휴 기간에 혼자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텔레비전 인터넷 등 갖가지 유혹이 많은 추석연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홈페이지(www.gongsin.com)를 개설하고 후배들에게 공부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는 서울대 ‘공신(공부의 신)’ 선배들이 나서서 추석 연휴에도 흐트러지지 않고 공부하는 법을 소개했다.
“지금이 마지막” 약점 보완 적기
인터넷강의 골라듣는 것도 좋아
○ 추석연휴 공부계획 짜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9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끝나면 수험생 사이에 ‘계단 대화’가 유행한다. 삼삼오오 모여 ‘재수해 버릴까’ 등 갖가지 푸념과 고민을 늘어놓는 것이다. 서영일(전기컴퓨터공학부 06학번) 씨는 “이때 불안한 마음에 ’귀가 얇아져서’ 다른 친구들이 샀다는 문제집이라든지, 좋다는 인터넷 강의(인강)를 따라 듣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신’들은 ‘이 기간에 하는 공부는 새로운 걸 보지 않는 것이 포인트’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이제까지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보고 약점을 보완하는 게 좋다.
공신들도 추석연휴 때 평소에 부족했던 부분을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집중 공략했다. 속담이나 고사성어처럼 짬을 내서 외워야 하는 것들은 학원에서 준 핸드북이나 온라인 학습사이트 강사 게시판에 오른 내용을 프린트해서 외웠고, 국어나 영어 어법은 국어·문법 교과서나 얇은 문제집을 복습했다. 고전 시가처럼 ‘날 잡아서 하지 않으면 보기 힘든’ 국어 지문을 읽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수학에 나오는 확률·통계처럼 교과서 뒷부분에 나와서 소홀히 공부했거나 평소 어려워하던 단원만 ‘집중적으로 파는 것’도 도움이 된다.
9월 모의평가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추석연휴 내내 9월 모의평가 문제만 뚫어져라 보는 방법도 있다. 박인범(산업공학부 08학번) 씨는 “도저히 책을 잡고 공부할 마음이 안 나서 오답노트를 오리고 붙이면서 ‘마음 수양’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가위질도 안 되네, 풀도 안 붙네 불평하며 시작했지만 과탐, 사탐을 마무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단, 중상위권이 아니라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아예 문제집을 다시 풀거나 교과서를 보는 게 효과적이다.
추석연휴 공부계획을 짤 때는 기본적으로 하루 단위 계획표를 꼭 짜둬야 한다. 시간대별로 간단하게 공부할 과목과 양만 적어두면 된다. 이때 주의할 것은 절대로 무리하게 계획을 짜서는 안 된다는 것. 과목별로 20∼30강 정도 되는 인강 패키지를 하루에 7, 8개씩 듣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총정리한다는 기분으로 두어 달 정도 들을 인강을 2, 3일에 몰아듣고 나면, ‘이 과목은 다 마스터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며칠만 지나면 내용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인강을 들을 때도 자신이 예전에 들었던 강의를 다시 듣거나 어법, 특정 단원, 9월 모의고사 해설강의 등 꼭 필요한 부분만 골라 지혜롭게 듣는 것이 좋다. (표 참조)
○ 추석연휴 어디서 공부할까?
추석연휴 공부에 집중할 만한 장소로는 학교, 독서실, 도서관이 있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장소에서 자습을 하는 것이다. 추석 당일에는 독서실이나 도서관도 문을 닫지만 학교만은 부분적으로 교실을 개방하기 때문에 꾸준히 가기에는 학교가 가장 좋다. 독서실은 다른 학교 친구들과 예상 문제 등 정보를 교환하기에 유리하다는 평이 많았다. 보통 도서관은 명절연휴에 문을 닫지만, 대학 도서관은 열람실을 개방하는 곳도 많다. 서울 지역은 대학 재학생이 아니면 출입하기 어려운 곳이 많지만 지방의 경우 가능한 곳도 많다.
“절대 집에서 공부하지 마라”
“TV 편성표 아예 찢어버려라”
○ 유혹을 이기려면
공신들은 입을 모아 집에서 공부하면 반드시 실패한다고 조언했다. 부모 없이 혼자 집에 남는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다. 오후 1시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인강을 듣는답시고 컴퓨터를 켜서는 메신저를 하거나 게임에 빠져들기 일쑤다. 하루 종일 빈둥대다가 잠 잘 때쯤 눈물을 흘려도 아무 소용이 없다. 김지석(수학교육과 07학번) 씨는 “공부 장소를 옮기는 것부터가 집중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공부할 때 자꾸 ‘딴 짓’이 하고 싶다면 아예 ‘딴 짓 노트’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 씨는 장바구니 목록 적듯이 노트에 오늘 혹은 수능 끝나고 해보고 싶은 일들을 쭉 적어 내려갔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 딴 짓 노트를 쓰면 적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꼭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어 ‘노는 것도 계획적으로’ 놀 수 있었다.
채무진(전기컴퓨터공학부 08학번) 씨는 아침에 공부하러 나가면서 점심,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정하고 나섰다. 돈을 딱 그만큼만 들고 나가면 PC방, 만화방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추석연휴에는 각 방송사에서 마련하는 특집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김 씨는 “신문에 나온 추석연휴 TV 편성표를 아예 찢어버리라”고 권했다. 김 씨는 아예 어머니에게 부탁해서 TV 편성표를 빼서 친척집에 들고 가도록 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