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개 시도교육감 협의체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장 공정택 서울시교육감)는 이념적으로 균형 잡힌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수업에 쓰일 수 있도록 자율적으로 노력하기로 결의했다.
서울시교육청 김성기 교육과정정책과장은 8일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최근 특정 근현대사 교과서가 이념적으로 편향돼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균형감 있고 정제된 표현으로 기술돼 있는 교과서 선정을 위한 절차를 거치도록 일선 학교들을 지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감들이 교과서가 편향돼 있다고 공감한 부분은 △분단의 책임을 미국 혹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돌린 것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한 서술 등이다.
이와 관련해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7월 1일 국무회의에서 “편향된 역사 교육에 따라 청소년들이 반미, 반시장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편향된 교과서로 지목했다.
교수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교과서포럼’도 2005년 근현대사 교과서의 국가관 북한관 등을 비판했고 올해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근현대사 교과서에서 138건의 오류를 시정해 줄 것을 교과부에 건의했다.
협의회의 이날 결의에 따라 전국 시도교육청은 ‘한국 근현대사’ 검정 교과서 6종에 대한 비교 분석 자료를 만들어 학교장 및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위원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해 교과서 선정 절차를 지도할 계획이다.
현재 고등학교 2, 3학년들이 선택과목으로 배우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의 검정 교과서는 금성출판사 두산 중앙교육진흥연구소 대한교과서 천재교육 법문사 등 6곳에서 발행하고 있다.
각 고교는 이 중 한 종을 역사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 협의회와 학운위의 추천 심의를 받아 3종을 올리면 학교장이 최종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많은 학교장이 한쪽으로 치우친 교과서의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의 반발을 우려해 다른 교과서를 채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선 고교의 검정 교과서 주문은 이날 마감됐지만 11월 중순까지 수정 주문이 가능해 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교과서를 교체하는 고교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