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울산항만공사의 비어있는 사장실

  • 입력 2008년 9월 10일 05시 51분


울산 남구 달동 삼호빌딩 3층 울산항만공사(UPA) 사장실은 며칠째 비어 있다.

김종운 사장이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한 뒤 3일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국토해양부에 사표는 내지 않은 상태에서 병가를 내고 서울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포조선 부사장 출신으로 항만 관련 업무에 직접 근무한 적이 없는 그가 지난해 7월 UPA 초대 사장으로 임명됐을 때 UPA 주변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교 동문이라는 점이 발탁 배경이 아니냐”는 쑥덕거림이 많았다.

이런 김 사장에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노골적인 사퇴 압력이 가해졌다.

김 사장은 7월 10일 사무실을 방문한 국토해양부의 사무관으로부터 퇴진을 종용받는 ‘수모’를 당했다. 김 사장이 거부하자 이 사무관은 ‘사장 신임 평가를 하겠다’며 설문지를 돌리려다 UPA 직원들의 반발에 부닥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토해양부는 UPA의 경영계획서 작성 요청을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하고 있다. 또 UPA가 9월 25일 울산항 개항 45주년에 맞춰 열기로 한 ‘제1회 울산항의 날’도 울산지방해양항만청이 “정부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며 반대해 무산됐다.

정부의 치졸한 사퇴 압력도 문제지만 김 사장의 처신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김 사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울산항만위원회에서 “UPA의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용퇴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사표는 내지 않고 있다. UPA 감사도 4월 자리를 떠났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고 있다.

울산항은 물동량 기준으로 부산과 광양항에 이어 전국 3위로 한국 산업물류의 중심항만이다. 이런 울산항이 ‘선장’ 부재로 표류한다는 것은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UPA 정상화가 시급한 이유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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