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부노호 174일동안 억류
부산 선원송출사 대책마련 비상
■ 소말리아서 한국선박 또 피랍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화물선의 선원 송출 회사로 알려진 부산 동구 초량동 B상운은 10일 오후부터 해당 선박과 직접 연락을 시도하는 등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사무실 문을 잠근 채 모든 출입자를 통제한 뒤 밤늦게까지 대책을 논의했다.
회사 측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우리 회사 배로 추정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아직 선장 이모 씨나 선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선원 가족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납치됐다면 협상 과정 등에서 불이익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선원 명단 등은 알려줄 수 없다”고 취재진에게 설명했다.
피랍 직전 한국인 선원들은 “해적이 뒤따르고 있다”고 마지막 무전을 친 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말리아 근해에서 한국인 8명이 탑승한 화물선이 납치되면서 이 지역에서 장기 납치됐던 동원호, 마부노호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한국인 선원 4명 등 24명이 탑승한 원양어선 마부노 1, 2호는 지난해 5월 15일 소말리아 근해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됐다가 174일 만인 11월 4일 풀려난 적이 있다.
2006년 4월에도 한국인 선원 8명이 탑승한 동원호가 납치돼 117일 만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석방됐다. 지난해 10월에도 한국인 2명이 탑승한 일본 선박 골든노리호가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45일 만에 풀려났다.
소말리아 인근 해역, 특히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아덴 만은 ‘해적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국제해사국(IMB)에 따르면 올해 4∼7월에만 24건의 해적 공격 사례가 발생했다. 현재 억류된 선박도 10척에 달하며 130여 명이 피랍 상태에 있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행위가 빈번한 것은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해상 무역의 요충지여서 선박들의 왕래가 빈번하지만 장기 내전으로 국가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1991년 독재정권 붕괴 이후 내전에 시달려온 소말리아는 압둘라히 유수프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가 지난해 3월 수도 모가디슈에 입성했지만 여전히 혼란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적들은 몸값으로 챙긴 돈으로 무기를 사고 위성전화 등 첨단기기까지 갖추는 등 점점 조직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월 초 해적 행위가 발생했을 때 외국 정부가 사전 승인 없이 소말리아 영해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이진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