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 “나에게도 곧 목돈이…” 자신감 얻어
市 “수혜 대상자 연말 100→500명으로 확대”
“작년만 해도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다른 사람들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추석을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정말 희망을 찾았나 봐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박순임(가명·48·여) 씨는 지난 1년 사이에 완전히 딴 사람이 됐다.
지난해까지 그는 종종 우울증에 시달렸다. 남편과 이혼을 했고, 서울의 명문 사립대에 합격한 큰딸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학비가 싼 국립대에 입학해야 했다.
매사가 짜증스럽고 의욕이 없던 그를 바꾼 것은 서울시와 서울복지재단이 지난해 11월 시작한 ‘희망통장’ 사업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사업에 참가한 그는 매달 통장에 차곡차곡 돈이 쌓여가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교육을 받다 보니 어느덧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박 씨는 11일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니까 몰라보게 얼굴이 펴졌다. 두려웠던 미래가 이제는 기다려진다”고 했다.
▽인생의 희망을 찾아주는 ‘희망통장’=11개월째로 접어든 ‘희망통장’ 사업은 저소득층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 프로그램이다.
희망통장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이 매달 20만 원을 저금하면 후원기업들이 이 돈의 1.5배인 30만 원을 적립해 준다. 현재 KT&G 복지재단과 ㈜한국전산감리원, 한국중부발전㈜, 서울화력발전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3년간 저금을 해서 만기가 되면 원금(1800만 원)에 이자 200만 원을 더한 2000만 원을 받는다.
희망통장으로 모은 돈은 주택 구입이나 개보수, 창업, 훈련 등 자립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모자(母子)가정 가구주 61명과 노숙인 4명 등 총 100명을 희망통장 대상자로 선정했다.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의 호응은 기대 이상이다. 노숙인 출신으로 문구도매상에 취직했다는 장모(42) 씨는 “2년 뒤 2000만 원을 받으면 임대 아파트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용가위 영업일을 하는 추성민(가명·46) 씨는 순대가게 창업을 꿈꾸고 있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일반인에게는 적은 돈일지 몰라도 자활을 꿈꾸는 희망통장 가입자들에게 2000만 원이라는 목돈은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브랜드 사업으로 특화=이 사업은 단순히 참가자들의 저금을 도와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복지재단은 참가자들에게 1년에 4차례 자산 형성과 생활 경제의 이해를 돕는 재무 클리닉 강좌를 연다. 참가자들은 또 한 달에 한두 번 모임을 갖고 홀몸노인이나 장애아동 돌보기 등의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박순임 씨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해진다. 재단이 마련해 주는 교육 프로그램도 실용적이라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자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올해 말에는 400명 정도를 추가로 선정해 총 500명을 운영하고, 내년에도 참가자 수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 김인철 복지정책과장은 “이 사업은 자립을 원하는 서민들에게 생산적인 복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사업을 더욱 확대해 서울시의 대표 브랜드 사업으로 키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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